환자들은 당연하게 아픈 것이 사라지면 병이 치료됐다고 믿는다. 하지만 최근2년간 의학계에서 일어난 커다란 변화를 참고해 ‘통증은 그저 하나의 정보일 뿐 병의 원인이 아니다’라는 것을 의료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알아야 한다. 의사의 말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태도는 되레 우리 몸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배워야하고 당연한 것을 의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들을 수 있는 청각, 냄새를 맡는 후각, 맛을 느끼는 미각 등 5가지 감각이 있다. 무엇 때문에 감각이 있을까? 답은 단 하나다. ‘살기 위해서’다. 감각으로 느껴지는 통증 역시 ‘살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만성 통증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치 쓸데없이 아픈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환자들은 흔히 “아프지 않게만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간절히 호소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지만, 이는 사실 잘못된 말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만성 통증은 분명 어딘가 고장 나 있으니 고쳐달라는 경고음이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알람만 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지난해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아뎀 파타푸티언(Ardem Patapoutian)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압전자(壓電子·Piezo)’라는 수용체(센서·sensor)를 발견한 그의 연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통증과 감각의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것이다. 의학의 패러다임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리고 압전자의 발견으로 질병의 원인이 통증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무릎 관절염의 원인은 무릎이 아니라 무릎을 움직이는 근육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 몸의 뼈·근육·심장 등 모든 장기와 조직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이런 세포들을 감싸는 막 표면에는 먼지보다 작은 압전자가 여러 개 흩어져 있다. 근육 등이 움직이면 그 움직임을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 뇌에 입력을 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칭을 할 때 근육이 물리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때 근육 세포 내 압전자에 변형이 생기면서 ‘땅긴다’는 감각이나 근육 성장 유도 신호 등 여러 가지 시그널을 뇌에 전달한다. 즉 물리적 신호를 신경계의 언어로 바꿔주는 통역사인 셈이다.
이런 활동은 ▲근육의 움직임 ▲피의 활동 ▲음식의 소화 ▲뼈의 성장과 회복 등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활동을 관장하고 있다.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의 몸에서도 압전자들이 무수한 신호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 연구에서 실험쥐의 압전자를 제거했더니, 이 쥐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근육과 뼈가 마르며 치매가 왔다. 통증만 없기를 바랐을 때 초래할 수 있는 끔찍한 결과다. 사람의 몸에서도 압전자라는 통역사가 망가지면 경고도 없이 급속한 노화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죽기 직전의 쇠약한 모습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압전자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뼈·디스크·혈관·경막 등 척추관 안에 있는 것은 ‘압전자 1형’ ▲척추를 움직이는 근육과 관련된 것은 ‘압전자 2형’이다. ‘압전자 2형’은 신경과 특히 연관성이 많다. 근육이 늘어나면 ‘압전자 2형’이 변형 신호를 보낸다. 근육과 근육 사이의 근막이 엉겨 붙거나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하면 압전자 변형도 유연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근육뿐만 아니라 근육을 뼈에 연결해주는 힘줄에도 부담이 커지면서 두꺼워진다.
또한, 근육 움직임이 정확하지 않게 돼 관절도 빠른 속도로 퇴화된다. 압전자가 정상일 때는 근육·관절을 유지하고 발전시키지만, 환경이 나빠지고 퇴화가 시작되면 남아있는 압전자가 퇴화를 더 촉발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압전자를 정상화해야 퇴화가 멈추고 재생이 시작된다.
▲반복되는 근골격계 손상 ▲인공관절·척추고정술 등 과도한 수술은 압전자를 손상시킨다. 기능이 저해된 압전자는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해, 근육을 마르게 하고 뼈도 약화시킨다. 이것이 수술을 신중하게 선택하여야 하는 이유다.
FIMS(투시영상하 미세유착박리술 및 신경자극술)는 근육이 잘 움직이게 해 근막 사이 압전자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치료다. 바늘로 근육 사이 유착을 분리하기도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힘줄의 운동을 도와주기도 한다. 즉, 관절염이 생기면 아픈 관절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관절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근육·힘줄까지 살피고 잘못을 찾아내 치료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