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결과 국토교통부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 도봉구간 지상화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원안대로 지하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토부는 지난 2020년 10월 GTX-C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과천청사역~도봉산’ 구간(37.7 km)에 지하전용 철로 신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컨소시엄과 실시협약을 앞두고 ‘창동역~도봉산’ 구간(도봉구간)만 지상 1호선 선로를 공유하도록 계획을 돌연 변경했다. 이로 인해 민간사업자는 공사비 절감에 따른 수천억원대 추정 이익을 얻는 반면 철로 주변 지역에는 소음·진동·분진 등 피해가 예상돼 주민들의 반발을 야기했다. 이에 도봉구는 지난 1월 “GTX-C 노선 도봉구간 사업계획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타당한 사유 없이 바뀌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지난 7월부터는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만나 도봉구간 지하화 추진을 촉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도봉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0일 공익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며 국토부 관련자 3명의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GTX-C 사업을 추진하면서 ‘창동역~도봉산’ 구간이 지하화 구간에서 제외되는 것처럼 신청 기업들에게 잘못 알리고 사후 조치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도봉구간을 포함한 정부과천청사역부터 도봉산까지 지하터널을 신설하는 시설사업기본계획(RFP) 초안을 만들고는 같은 해 12월 지하터널 구간이 이보다 짧은 ‘청부과천청사역~창동역 구간’이라고 변경 고시했다.
사업 참여 신청자들이 국토부에 정확한 사업 범위를 물었을 때도 국토부는 “신설 구간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창동역까지고, 창동역을 지나 도봉산까지 구간에선 ‘임의의 지점까지 신설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컨소시엄 등 신청업체 3곳 모두 국토부가 사업계획을 바꾼 것으로 이해하고 창동역~도봉산 구간은 기존에 있는 지상 경원선을 공용하는 쪽으로 사업제안서를 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국토부에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가장 합리적인 실행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인구 3분의 1에 달하는 11만명이 지상화 반대서명에 참여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도봉구 주민들은 감사 결과를 공유하며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음과 분진 걱정을 덜어 다행”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을 이어간 결과” “예정대로 지하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등 환호했다.
도봉구와 지역구 의원들 역시 감사 결과를 지지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국토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수용해 지금도 지상 국철 1호선의 소음, 분진, 진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GTX-C노선의 도봉구간 지하화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재근·오기형 의원은 “이번 감사 결과로 GTX-C 노선 도봉구간 지하 계획을 지상으로 무단 변경한 것이 국토교통부의 책임인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국토부가 이제부터라도 당초 도봉구 주민들에게 제시했던 계획과 설명대로 도봉구 구간을 원안대로 지하 신설구간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봉구 의회 역시 지난 17일 본회의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의 원안대로 도봉구간 지하노선 추진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전문가들은 GTX-C 노선 도봉구간(5.4km)을 지하화하려면 약 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민자 적격성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컨소시엄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자 적격성 검토는 내년 1~2월쯤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