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우수영관광지. 울돌목 옆 3층 높이의 해남승강장에는 70여명이 쇠줄에 매달려 오가는 케이블카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 하루 평균 2000여명이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명량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한다. 김성원 ㈜명량해상케이블카 기획홍보팀장은 “해남 우수영관광지와 진도군 군내면 진도타워를 잇는 해상케이블카라 두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주로 찾고 있다”며 “케이블카 이용객은 우수영 관광지와 진도타워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남·진도 잇는 ‘명량해상케이블카’, 개통 1주년
명량대첩 승전지를 가로지르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이달 초 개통 1주년을 맞았다. 1년 만에 해남과 진도의 명물로 떠올랐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20일 “해남 우수영과 함께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고 했고, 김희수 진도군수는 “앞으로 관광객 유치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로 유명한 해남은 ‘구국의 성지’다. 전라우수영 앞바다 울돌목은 정유재란 때 13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맞아 대승을 거둔 조선수군 3대 승첩지다. 명량대첩 공원과 해전사 기념전시관, 명량대첩탑, 강강술래전수관, 유스호스텔 등을 갖춘 우수영관광지에서 ‘구국의 혼’이 서린 울돌목이 지척이다. 울돌목은 바다가 운다고 해서 명량(鳴梁)이라 불리는 해남의 화원반도와 진도의 녹진리 사이 해협이다. 소용돌이치는 물살 소리가 20리 밖에까지 들린다 해서 명량이라 했다.
울돌목 상공을 오가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울돌목의 물살과 그 소리를 체험할 수 있어 인기를 끈다. 강철 줄에 달린 캐빈(cabin)은 울돌목 수면에서 평균 30m 높이로 떠다닌다. 비슷한 높이로 나란히 놓인 진도대교 인도에서도 울돌목 물살 소리가 들린다. 김 팀장은 “창문이 개방된 캐빈 내에서도 급물살이 암초에 부딪혀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물이 뒤집히고 끓어 ‘으르릉, 으르릉…’ 소리가 난다. 관광객 서창우(44)씨는 “하늘에서 굽어보는 명량이라니, 감격스럽다”며 “아이들과 함께 역사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고 말했다.
승강장은 해남 우수영 관광지와 진도 타워 옆에 각각 들어섰다. 주탑 높이는 83m에 이른다. 케이블카 전체 길이 1㎞ 중 0.6㎞가 해상 구간이다. 시간당 2000명 수송이 가능한 캐빈은 모두 26대로 색깔은 빨강·노랑·검정 3색이다. 사업비는 362억원. 10인승 캐빈은 초속 2m 속도로 천천히 울돌목 해상을 오간다. 편도 9분, 왕복 18분이 걸린다. 해남군은 울돌목 물살을 3m 높이에서 관찰하는 ‘스카이워크’도 우수영관광지에 세웠다. 걷는 길이는 110m로 바다 쪽으로 32m가 돌출돼 있다. 바닥은 투명 강화 유리로 만들었다. 진도에선 숙박시설을 확충한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전승지 진도군 ‘녹진관광지’에 서남권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급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사업비는 2000억원. 녹진관광지 일원 8만3799m²에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 고급 호텔(388실)과 리조트(40실)를 세운다. 전체 객실은 428실로 2024년 완공이 목표다.
◇30일 개막 명량대첩 축제, 드론으로 해전 재현
울돌목에서 선보이는 ‘2022 명량대첩축제’가 돌아왔다. 이 축제는 오는 30일~내달 2일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미디어 기술로 해상 전투를 재현한다. 드론으로 해전 진법을 펼쳐보이고 판옥선을 미디어아트로 꾸미는 등 특색 있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명량대첩축제는 코로나 사태로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대폭 축소됐다가 3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개최된다. 진도군 녹진관광지와 해남군 우수영관광지에서 ‘울돌목 페스타, 명량 빛을 품다’를 주제로 열린다. 명량대첩은 1597년 9월16일 전라도 어민과 조선수군이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을 궤멸시킨 해전이다.
개막식에 앞서 영화 ‘명량’으로 1761만 관객을 동원하고, 최근 개봉한 영화 ‘한산:용의 출현’을 제작한 김한민 감독이 ‘명량’을 주제로 특별 초청강연을 한다. 전남도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총연출을 맡았던 양정웅 감독을 축제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다양한 미디어아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양 총감독은 “야간 프로그램 위주로 축제를 개최하고 평화와 화합이라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전달해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