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2022 롯데 Oe Race' 참가자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석촌호수에서 열린 첫 수영대회다.

서울 잠실 석촌호수가 수영이 가능할 만큼 깨끗한 호수로 변신했다. 지방자체단체와 기업이 지난 1년 간 수질 개선에 주력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원래 한강과 송파강 사이의 섬이었던 잠실을 개발하면서 1971년 송파강을 메우는 과정에서 석촌호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심의 각종 오염물질이 스며들어 수질이 탁했다.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녹조현상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에 송파구는 지난해 8월 롯데·한국환경공단을 비롯해 환경복원 기업인 ㈜젠스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석촌호수 수질 개선 프로젝트 나섰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은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석촌호수의 수질을 끌어올렸다. 먼저 친환경 공법을 활용한 수질 정화 작업을 통해 기초수질을 향상시키고 녹조 형성을 억제했다. 또 광촉매 수중정화 물질을 투입해 용존 산소를 높이면서, 미생물을 활성화해 유해 물질과 퇴적물을 분해하도록 유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석촌호수의 탁도와 청정도는 크게 개선됐다. 물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도는 0.6m에서 최대 2m까지 증가했고, 수질도 3~5급수에서 2급수 이상까지 대폭 상승했다. 녹조를 일으킬 수 있는 클로로필(엽록소) 수준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됐다. 수영이 충분히 가능한 ‘수돗물 이상’ 단계까지 수질이 올라간 것이다.

송파구와 롯데는 수질 개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석촌호수의 생태계를 살폈다. 과거 석촌호수가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었던 외래어종 베스·블루길로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어서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석촌호수에 서식하는 조류·어류·곤충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법정 보호종·생태계교란종을 파악해 생태계를 보전했다”고 말했다.

서강석(왼쪽) 송파구청장이 '2022 롯데 Oe 레이스'에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7일에는 맑아진 석촌호수에서 처음으로 수영 경기가 열렸다. 석촌호수에서 아쿠아슬론(수영과 마라톤으로 하는 철인경기) 대회인 ‘2022 롯데 Oe 레이스’가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은 경기 도중 선수들이 물을 삼켜도 좋을 만큼 수질이 개선됐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기관의 수질 검사 결과, 석촌호수의 수질은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 기준 ‘매우 좋음’ 판정을 받으며 대회는 차질없이 진행됐다.

대회 당일 석촌호수에는 남녀 400여명이 뛰어들어 자웅을 겨루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기는 석촌호수 750m를 수영으로 두 바퀴 돌고, 곧바로 롯데월드타워 123층 2917개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 스카이런(SKY RUN)으로 이어졌다.

대회 참가자들은 석촌호수의 수질이 예상보다 좋았다며 입을 모았다. 여성부 우승자 황지호(43) 선수는 “석촌호수가 얼마나 깨끗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맑아서 수영할 맛이 났다”고 했다. 당시 의족을 착용하고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오른 이주영(42) 선수 역시 “석촌호수 수질이 깨끗하고 수온도 적당해서 수영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참관한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석촌호수 수질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며 “석촌호수를 더욱 쾌적한 문화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