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 6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식산업의 핵심은 인적 자본이며 첨단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열쇠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핵심 인력 양성’이며, 정부는 이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이다.

통계청이 올 7월 발표한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취업을 경험한 청년의 절반 이상(52.4%)은 ‘전공과 일치하지 않은 일자리’에 취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에게 든든한 취업 토대가 되어주어야 할 전공이 실제 취업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확산한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노동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로 일자리 변동성은 더욱 커졌고, 노동시장은 한 번 진입하면 끝나는 게임(One Shot Game)이 아니라 채용시장에서 끊임없이 대전(大戰)을 계속해야 하는 무한 게임의 장이 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공단은 앞으로 공단의 비전을 ‘K-HRD를 짓는 글로벌 인적자원개발 파트너’로 정했다. ‘짓다’라는 단어는 우리말에서 매우 다양한 뜻으로 사용된다. 가령 ‘밥을 짓다, 집을 짓다, 약을 짓다, 한복을 짓다, 농사를 짓다, 이름을 짓다, 노래를 짓다’ 등이다. 공통점은 재료(쌀·벽돌·약재·옷감·문자 등)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인간의 행위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방법은 기술(technology)이라고 하고, 이 기술이 인간의 머리와 몸에 내재화된 것을 숙련(skill)이라 한다. 그리고 특정 기술을 뇌의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 가는 행위를 교육훈련(학습) 혹은 인적자원개발(HRD)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각자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도록 지원하는 산업인력공단의 특성을 영어로 표현하면 ‘HRDK’가 된다. 우리나라 환경과 특성에 맞으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학습 모델을 지향하는 공단의 구호가 바로 ‘K-HRD’이다. 지난 40년간 인적자원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국형 인적자원개발(K-HRD)’을 세계에서 인정받는 K-콘텐츠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대표 사례로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에 놓인 자동차나 에너지, 조선산업 등에 대해 민간이 주도하는 산업 전환 훈련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15개소) 모델을 들 수 있다. 또한 근로자 교육훈련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별 여건을 진단해 맞춤형 훈련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개발 전담주치의’ 제도 역시 K-HRD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9월은 ‘직업능력의 달’이다. 올해로 16번째 열리는 ‘인적자원개발 콘퍼런스’는 ‘직업능력개발, 오늘과 내일을 잇다!’라는 주제로 오는 15~16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자기만의 HRD를 지을 수 있도록 학습 역량을 키워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