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자리한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 전경. 2020년 교육부가 추진하는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공모에 선정된 충북도는 충북대학교를 총괄대학으로 한 이 센터를 설립해 바이오 전문 인재양성·핵심 기술 개발 등에 노력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청북도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 지난 20년간 꾸준히 육성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공모에 선정돼 충북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충북대 총장이 충북지역협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사업을 추진할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장은 홍진태 약학대 교수가 맡았다. 지난 22일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충북지사를 만나 충북 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 이번 사업의 성과와 추구하는 목표·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바이오산업’이란 무엇인지, 이에 포함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생명공학을 이용해 다양한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하는데, 인간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을 바이오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오랜 욕구 중 하나인 ‘수명 연장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OECD는 앞으로 경제 중심이 바이오기술(BT)을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하는 ‘바이오 경제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코로나 같은 신종 감염병의 출현이 이를 가속화 하고 있다. 결국 바이오 영역은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난 22일 충북지역협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충북지사가 충북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발전 정도는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인가.

“세계시장 점유율은 2%(19년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47%)과 유럽(26%)에 비해 아주 미비한 수준이다. 시장규모는 확대되는 데 비해 우리 경쟁력은 열세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 속에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확산 초기 진단기술을 도입해 ‘K-방역’을 펼쳤고, 국제 사회의 진단분야 기술을 새롭게 이끌었다. 세계적으로 진단장비·시약 등의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2019년(4조8974억원) 대비 205.5%(5조 1658억원) 급증했다.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여기에는 충북의 바이오산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국내 최초 국가생명과학단지인 충북 오송에는 SD 바이오센서, 수젠텍 등의 우수한 진단분야 기업이 입주해 있고,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이 세계로 수출됐다. 같은 기간 충북의 의약품 수출액이 13배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바이오산업의 허브로 불리는 충북의 바이오산업 역사는.

“충북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태동이자 심장부다. 국내에 ‘바이오’란 용어가 생소하던 1990년대부터 충북은 ‘바이오’를 미래 충북 100년 먹거리로 선정해 꾸준히 육성했다. 특히 1994년 ‘국내 유일의 생명과학단지’인 ‘오송 제1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역사적인 전환점을 마련했고, 이때부터 관련 산업을 본격 육성했다. 2010년 식약처·질병청·국립보건연구원 등 ‘보건의료 6대 국책기관’이 충북 오송으로 이전했다.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 붐을 일으킨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를 개최했고, 국내 대표 바이오 국제행사인 ‘BIO KOREA’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충북 오송과 대한민국 바이오를 해외에 각인시켰다.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가 바이오산업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약바이오실험실습 체험형 수업 모습. /충북도 제공

-충북 바이오산업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2009년에는 대구와 함께 정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오송첨복단지는 글로벌 첨단제품을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9월에는 국내 최대규모(900만㎡)의 ‘오송·충주 바이오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공기업예타제도 도입 이후 전국 최대규모다. 국내 유일의 산·학·연·관이 집적화된 오송 바이오클러스터에는 현재 23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있다. 이들 기업의 활약으로 비수도권이라는 열세 속에서도 충북의 바이오산업 각종 지표는 생산액 전국 2위, 수출액 전국 2위, 기업 수 전국 3위, 종사자 수 전국 3위 등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교육부 공모사업인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사업)’을 진행한다는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와 대학이 힘을 합쳐 지역산업 육성·청년인력 양성을 통해 지역사회를 혁신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지역 내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지자체와 지방대학이 협력해 육성·공급하고 정주토록 하는, ‘지역 상생’을 목적으로 한다. 충북은 2020년 7월 1차년도 사업에 선정됐다. 정부는 1∼5차년도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는데 모두 11개 지자체, 6개 플랫폼이 운영된다. 정부는 비수도권 전역으로 사업을 확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충북은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충북은 충북대를 비롯한 15개 대학과 44개 지역혁신기관이 플랫폼을 구축해 제약바이오, 정밀의료·의료기기, 화장품·천연물 등 3개 바이오산업 분야를 육성한다.”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가 지난 4월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개최한 충북바이오헬스 연구성과 발표회 모습.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의 구체적인 역할은.

“바이오 메카 충북 청주 오송은 현재 기업이 몰려오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매년 4000명의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지역의 인력 배출은 25% 수준인 1000명에 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재육성과 외부 유입 등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센터는 우선 인력 배출에 전념하고자 한다. 연간 300여 명의 바이오 인력을 추가 공급하는 동시에 핵심기술을 국내 최상위 대학의 80~9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핵심기술 개발 또한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은 핵심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센터는 이들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유지하고 기술을 개발해 제약바이오, 정밀의료·의료기기, 화장품·천연물을 중심으로 한 세계 3대 바이오 밸리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는데.

“바이오산업은 인간의 수명과 건강에 직접 연관돼 있어 엄격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일정부분 규제개혁이 있어야 한다. 특히 바이오 산업분야는 신산업·신기술에 특화돼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강화되면서 관련 산업 발전은 한계에 부딪힌다. 다행인 것은 현 정부가 ‘규제혁신’을 새 정부의 목표로 잡고 규제개혁을 통해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조성, 경제 재도약과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다. 규제개혁 과제 발굴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충북은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는 등 규제혁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대안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역사는 매우 짧다. 정부의 집중적인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1994년 보건의료과학기술 혁신방안 수립에 따라 1997년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바이오·보건의료특화’ 국가 산업단지로 지정했다. 2009년에는 오송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하는 등 정부는 충북 오송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자 계획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지자체에 분산투자를 하는 실정이다. 신약개발 R&D과정을 보면 1만개의 후보 물질 중 1개 정도가 시판에 성공하며, 통상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정책은 지양하고 확고한 목표를 설정한 후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바이오산업 육성에 힘써온 충북 오송에 정부 역량을 집중시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을 위해 나아갈 방향은.

“세계 제1위의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경우 하버드 등 35개 대학을 중심으로 1000여개의 바이오테크 기업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다. 정부도 이를 구상해야 한다. 충북도는 오송에 글로벌 과학기술연구대학인 KAIST 유치를 추진하고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오송에 KAIST 바이오메디컬 캠퍼스가 설립돼 인재양성, 과학기술 개발 등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다. 인근 15km 내 오창 지역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책임질 꿈의 현미경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충북은 첨단바이오 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