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공

코로나19 이후 ‘호모 코로나쿠스(코로나19와 동물을 뜻하는 라틴어 ‘cus’가 합쳐진 신조어)’라는 신(新)인류가 등장했다. 호모 코로나쿠스는 격변의 시대를 경험하며 생각과 가치관을 리포메이션(reformation·재정립)했다.

재택·원격 근무에 익숙해진 이들은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개인 공간)’를 중시한다.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에 집중한다. ‘나다움’에 주목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특성까지 더해지며 이들이 설계하는 ‘신혼 생활’도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결혼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 첫 결혼이 진행되는 2022년은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의 변화가 신혼집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 특징이다. 호모 코로나쿠스+MZ세대가 견인하는 신혼집 트렌드 키워드는 ▲전월세 ▲탈(脫)서울 ▲실속파 ▲맞춤형으로 요약된다.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지며 전월세로 신혼집을 마련하거나, 33~66㎡(10~20평) 작은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한, 서울을 벗어나 교외를 선택하거나, 일회성 이벤트인 결혼식보다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 과감히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유연해진 신혼 공간

인테리어와 맞춤형 생활가전 인기

집값 급등으로 자가(自家) 대신 전월세를 택하는 신혼부부가 증가했다. 지난 2월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혼집 중 전세가 절반에 가까운 49.1%를 차지했다. 여기에 월세(5.8%), 반전세(4.4%)를 더하면 59.3%가 자가가 아닌 집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셈이다.

최근 연일 치솟는 금리에 월세 거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 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초과, 103.6을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매월 상승해온 수치로,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월세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신혼부부는 무리하게 주택을 구매하기보다 거주 공간을 잘 활용하며 이사·출산 등 변동 가능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까지 택하고 있다. ▲신혼살림부터 이사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꾸미고 ▲이사 후 가전제품이 추가되거나 재배치하는 인테리어 상황까지 고려해 맞춤형으로 출시된 가전을 선택하고 있다. 새롭게 한 칸을 추가해도 조화로운 인테리어가 가능한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변화하는 공간에 맞추어 자유롭게 조합 및 배치가 가능한 공기청정기·세탁기·건조기 등이 신혼부부에게 인기 있는 이유다.

‘서울 아니어도 OK!’

탈(脫)서울로 자유로운 주거 형태 만끽

서울에서 벗어나 교외로 눈을 돌린 신혼부부가 늘었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사이 서울을 벗어난 인구는 약 54만 명에 달한다. ‘탈서울 인구 2명 중 1명은 2030세대’라는 서울시 ‘2021 서울 서베이’ 조사통계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탈서울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높은 집값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 결과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5041만원으로, 1년 전보다 2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1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을 벗어나면 더욱 자유로운 주거 형태를 택할 기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부부의 경우 전원주택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집에 살 수 있어, 부부 취미생활을 위한 추가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및 취미활동을 중요시하는 MZ세대 신혼부부는 로봇청소기·휴대용 빔프로젝터 등을 활용해 더욱 자유로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가능성 무한한 협소주택

공간 활용성에 주목하는 ‘실속파’가 대세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커플 최민욱·정아영씨는 도심에 살면서도 주거비용을 낮추기 위해 신혼집으로 협소주택을 건축했다. 이들의 신혼집은 16㎡(약 5평) 남짓한 공간에 4개 층을 쌓아 올린 형태로, 공간 활용성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부부처럼 자투리땅을 활용해 지어진 ‘협소주택’이 인기다. 상대적으로 좁은 집을 선택해 참신한 아이디어로 효율성을 높이고, 각 공간을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재탄생시키는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신혼부부에게 공간 활용성은 뗄 수 없는 문제다. 지난 7월 초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전용 40㎡(약 12평) 면적의 서울 초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20년 상반기 13%에서 올해 상반기 15%로 2%포인트 증가했다. 높아진 집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부담이 적은 소형아파트 위주로 전월세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분석이다.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위해 ▲가전의 분리와 결합이 자유롭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에어컨의 경우 스탠드나 벽걸이 대신 천장에 설치하는 시스템에어컨을, TV는 좁은 벽에도 설치가 가능한 제품을 선호한다.

늦깎이 결혼 및 재혼 증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취향 가전 구입

신혼부부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도 ‘신혼집’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올해 3월 기준)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남자와 여자의 평균 초혼 연령이 꾸준히 높아지는 ‘늦깎이 결혼(만혼)’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과 혼인하는 비율도 지난해 6.1%에 달했다. 더불어 2020년 결혼한 신혼부부 5쌍 중 1쌍은 재혼이다.

‘하늘 아래 같은 신혼부부는 없는 것’처럼 신혼집 역시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성대한 결혼식으로 대표되는 세리머니(ceremony) 대신, 부부의 취향이 담긴 가전과 가구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예전이라면 신혼 가전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했던 삼성 비스포크 와인 냉장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신혼부부가 늘며 와인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와인 냉장고가 신혼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부부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신혼집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