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나 등에 통증이 느껴지고, 심할 때는 목을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다. 동시에 어지럽기까지 하다. 이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거나 컴퓨터 게임에 빠진 사람들에게도 흔히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교통사고를 당하면 순간적으로 목이 과하게 굽혀지거나 뒤로 젖혀진다. 겉으로 보기에 그리 심하지 않은 충돌, 혹은 급정거해 직접 부딪치지 않은 사고에도 인체가 받는 충격은 상당하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낙상사고 시에도 목에 충격이 가해지면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목이나 등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목은 상·하부로 나뉘는데, 상부 목에는 작은 근육과 인대, 힘줄 등이 매우 많다. 여기에는 우리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고 평형을 유지하는 수많은 센서(sensor)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근방추 ▲골지힘줄기관 ▲관절 위치 수용체 등으로 부른다. 상부 목을 다쳐 근육·인대·힘줄·관절이 손상되면 이 센서도 오작동 한다.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편타성(鞭打性) 증후군’이라 한다. 채찍으로 때릴 때처럼 목이 과하게 휘둘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우리 몸이 지닌 여섯 가지 감각을 알아야 한다. 흔히 미각·시각·후각·청각·촉각 등 오감(五感)을 떠올린다. 그런데 사실은 오감이 아니라 육감(六感)이다. 많은 사람이 우리 신체 안에 가장 중요한 ‘몸 감각’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골고루 분포된 몸 감각은 움직임·온도·아픔·떨림·흔들림·압력 등 수많은 외부 정보를 받아들인다.
몸 감각, 그중에서도 특히 ‘통증 감각’과 ‘고유 수용 감각’은 동시에 반응한다. 통증이 느껴지면서 근육이 뻣뻣해지고 관절 운동이 제한된다. 혹은 휘청거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통증 수용체와 고유 수용체가 함께 망가진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이 들면서 눈이 흐리고 귀가 어두워지는 등 오감이 동시에 퇴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흔히 겪는 통증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교통사고 시 충격으로 상부 목의 고유 수용 감각이 강하게 손상된다. 상부 목의 고유 수용 감각은 눈과 귀, 그리고 상부 등에 반사 경로를 가지고 있다.
눈의 경우, 상부 목의 고유 수용 감각이 손상되면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눈에 이물감이나 피로감이 느껴지고, 눈부심이 심해지기도 한다. 귀의 경우, 청력이 저하되고 기계나 맥박 울림 등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눈앞이 핑 돌고, 현기증도 난다. 또한, 목뒤와 등 위쪽은 같은 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등에도 통증이 생긴다. 이러한 고유 수용 감각의 손상은 꽤 오래 지속된다.
20여 년 전, 교통사고로 ▲목과 등의 통증 ▲어지러움 ▲시력 저하 ▲눈부심을 비롯한 눈 통증 ▲심한 이명과 난청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었다. 게다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까지 나타났다. 점점 극심해지는 통증과 다양한 이상 증세로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편할 것 같다”고 울부짖는 환자의 고통을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끝내 가족들까지 외면했고, 결국 홀로 산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험회사까지 소송을 걸며 이 가여운 환자를 괴롭게 했다. 보험회사에서는 X-레이 판독 결과, 전혀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가 꾀병을 부린다고 주장했다. 결국 환자는 그동안 보험회사에서 받았던 치료비 모두를 돌려주어야 할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필자가 안타까운 것은 ‘편타성 증후군’에 대한 수많은 논문이 존재하는데도 재판에서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 필자의 의술이 이 환자를 자신 있게 치료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 또한 미안함과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최근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는데도 ‘편타성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을 종종 마주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오랜 시간 혹은 자주 목을 굽힌 상태에서 앞만 바라보는, 소위 ‘거북목’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다. 위에 열거한 불편한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생활환경 및 습관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거북목 교정 운동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상부 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