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창업지원단이 지난해 말 개최한 ‘Fly to the Start up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재학생 참가팀이 아이디어 발표를 하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3학년 김진희(22)씨는 요즘 매일 아침 강의실 대신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 이메일을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또래 친구들이 학점을 확인하고 조모임을 하는 시간에 월 매출을 챙기고, 거래처 관계자들과 미팅을 한다. 약 1년 전 반려견 어메니티 기업 ‘드림행거’를 창업한 뒤 어느덧 김씨에게는 익숙해진 일상이다. 경영용어도 제대로 모르던 공대생 김씨의 창업이 순탄했을 리 없다. 그러나 숙명여대가 지원하는 각종 창업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김씨는 22살의 공대생에서 1년 만에 대형 리조트 체인들과 거래하는 스타트업 CEO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올해 창학 116주년을 맞은 숙명여대(총장 장윤금)가 여성창업 교육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대학 최초로 학부 과정에 앙트러프러너십 전공을 만들며 일찌감치 여성 창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온 숙명여대는 지난해 ‘세계 최상의 디지털 휴머니티 대학’이라는 비전을 발표하면서 창업 인큐베이터 혁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내 경력개발처를 중심으로 창업지원단과 캠퍼스타운사업단이 축이 되어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성 및 대학생 친화적인 창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교내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한 재학생 팀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숙명여대는 2020년 서울시 캠퍼스타운사업 종합형 참여대학으로 선정된 뒤 ‘청년 창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네오 앙트러프러너십 사업’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촘촘한 그물망식 창업 육성제도를 시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노우 랩 시리즈다. 스노우 랩은 특정 분야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창업 아이템을 고도화하고 시장 검증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식품·외식산업에 초점을 맞춘 스노우 푸드 랩, 소프트웨어 및 IT에 특화된 스노우 소프트웨어 랩, 화장품 등 헬스케어 분야 예비 창업자를 위한 스노우 헬스&케어 랩 등 3가지 교육과정에 총 22개 팀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약 10주 동안 각 과정 별 산업 동향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법, 사업계획서 작성 방법 등을 배우고 시장 전문가-창업팀 매칭을 통한 1:1 코칭을 받는다. 지난해 스노우 푸드 랩 2기 과정을 수료한 건강식품 판매 기업 레디블룸의 박규민 대표는 “공간과 창업 멘토링 뿐만 아니라 홍보물 제작비용 지원, 정부지원사업 신청 시 사업 계획서 피드백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도움을 얻어 창업 초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 기업시민실이 ESG실천을 주제로 개최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미세먼지 저감 제품을 제안해 최우수상을 받은 숙명여대 재학생 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대학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 기업 성장과 재학생 창업마인드 제고를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크로스빌리지 네트워크 ‘잇(IT)다’, ‘빚(BIT)다’는 전공을 살려 창업을 꿈꾸는 재학생들과 기업을 연계해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2017년 출범한 창업지원단은 캠퍼스 CEO 육성사업, SK사회혁신가 양성과정 등 총 48개에 달하는 사업을 수행하며 창업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창업지원단이 운영하는 창업포털은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창업전담교수와의 1:1 상담부터 창업대체학점제, 창업 관련 교과/비교과 프로그램, 창업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한 자리에서 신청할 수 있는 일종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다.

숙명여대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마련한 창업공간인 크로스캠퍼스 전자랜드의 모습.

경력개발처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글로벌 리더 릴레이 특강’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CEO들을 초청해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는 숙명여대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AI기반 온라인 법률 자문 기업 ‘리걸줌’의 존 서 전 대표, 미국 최대 규모 스마트팜 ‘앱하비스트’의 데이비드 리 대표, 미국 자율주행 버스회사 ‘블루 스페이스’의 크리스틴 문 공동대표, 미국 화장품 브랜드 ‘NYX’의 전 창업자인 토니 고와 같은 창업가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버나드 문 공동대표,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대표, 스타트업계 전설로 불리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김윤 새한창업투자 파트너 등 벤처투자사 대표들도 대거 연사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숙명여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이 시행하는 스노우 랩 프로그램에 식품·IT·헬스케어 분야의 창업을 꿈꾸는 예비 CEO들이 참여해 전문가 컨설팅과 비즈니스모델 발굴법 등을 배우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숙명여대에서 최근 5년 간 창업을 한 재학생 팀은 60여 개에 달한다. 최철 숙명여대 창업지원단장은 “사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기업을 발굴하고자 유관기관이나 기업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예비 창업자들에게 사업화 과정부터 판로개척에 이르는 종합지원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대학창업 생태계 조성의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