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환자들은 큰 고통을 받는다.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진 비염은 양방에서든 한방에서든 까다로운 질병으로 통한다. 현재 여러 한의원·이비인후과에서 ‘비염 치료 전문’을 내세워 진료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비염으로 인해 고생하는 환자가 수두룩하다. 헛기침, 이물감, 심하면 악취까지 유발하는 비염·후비루 때문에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비염 없애기 위해선 코 건강 유지가 필수
비염, 후비루, 축농증 등 모든 비(鼻)질환은 코에서 시작된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코를 외부 기운을 받아들이는 폐의 전초기지로 여겼다. 동의보감에서 코는 ‘신려(神廬·하늘로부터 기를 받아들이는 문)’라고 여기며, 항상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에 있는 하비갑개(비강점막)는 폐로 들어가는 공기를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드는 필터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정의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비염 치료의 임상 경험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선 코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코가 건강해져야 비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비염을 오래 앓은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후비루와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콧물이다. 후비루는 빨갛고 통통한 콧속 점막이 곶감처럼 쪼그라들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쪼그라든 코점막은 충분한 콧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콧물이 끈적끈적해지는 것이다. 끈적한 콧물이 코 뒤쪽이나 목에 ‘딱’ 달라 붙으면 괴로움으로 이어진다. 잔기침이 잦아지고, 목소리가 변형될 수 있다. 후비루는 비염 질환 중에서도 아주 심한 편에 속한다.
◇주르륵 흐르는 콧물, 노인성 비염
주로 연세가 있는 분들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노인성 비염’도 있다. 노인성 비염은 콧물이 흐르는 게 코감기나 알레르기 비염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질환이다. 재채기를 하지 않아도 콧물이 저절로 새어 나온다. 식사할 때 나도 모르게 콧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노인성 비염 역시 쪼그라든 코점막이 원인이다.
◇비염, 갖가지 2차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비염을 그냥 방치한다면 ▲구취 ▲구내염 ▲두통 ▲불면증 ▲만성 피로 ▲면역력 저하 등으로 이어져 더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비염을 치료하면 오히려 코점막을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코는 더 약해지고, 부작용과 내성으로 치료 효과도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스테로이드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관절염과 동맥경화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앓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연의 재생력을 담은 쾌비수
코 자체를 치료해야 하는 비염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치료가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치료 시간을 단축하면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점막 자체에 약물을 흡수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코점막의 약물 흡수율이 피부나 복용약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했다. 한약을 분사 형태로 만들어 약물 흡수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게 된 것이 바로 뿌리는 한약 ‘쾌비수’다. 코 입구에 한 번만 뿌리면 되는 이 약은 코의 기능을 튼튼하게 만들어 비염, 후비루, 축농증의 원인을 바로잡는다. 예민한 코에 뿌리는 만큼 화학 성분 없이 자연에서 나는 식물의 줄기, 뿌리, 잎 등의 한약재를 달인 그대로 담았다. 천연 성분이기 때문에 임산부, 어린이, 투석 환자, 암 환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원인 알면 난치성 질환도 치료 가능
노인성 비염으로 인해 병원을 내원하던 60대 환자가 있었다. 식사할 때마다 콧물을 닦으니 중요한 자리에서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인과의 약속 자리에도 참석하는 게 어려워졌다. 사람 간의 교류가 적어지면서 우울증까지 찾아와 힘들어하던 환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콧속 점막의 건강을 되찾아 다양한 사교모임을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숨 쉬는 것도 편하고 몸이 개운하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비염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기에 심신(心身)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코 자체의 건강과 면역만 끌어올려 준다면, 대부분의 비염 증상이 해소될 수 있다. 실제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이 치료 효과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원인을 알면 난치성 질환은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병을 앓든지 간에 원인을 알면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염 질환, 후비루 역시 원인에 따라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비염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 비염 치료 연구에 전념하고자 한다.
‘비염’ 한길만 걸은 라경찬 박사
동국대 한의학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 라경찬한의원을 개원, 1996년 박사 과정을 마친 뒤 35년 동안 비염 치료에 힘쓰고 있다. ‘발로 뛰어 찾은 한방의 명의 20′ ‘한국의 명의 40′ 등에 비염 분야 명의(名醫)로 선정된 바 있다. 또 KBS 교양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비염 전문 한의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는 딸 라민영 한의사와 함께 2대째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