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정릉동 주택가 골목 어귀에 붉은 벽돌이 눈에 띄는 최만린미술관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 조각가인 고(故) 최만린이 1988년부터 30년간 살던 집을 성북구가 구립미술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2층짜리 양옥의 멋을 최대한 살려 지은 이 미술관은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기존 외관과 골격은 물론 나무 계단과 천장 등을 그대로 살려 최만린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미술관 내부에는 한국전쟁의 상흔을 표현한 1958년작 ‘이브 58-1′ 등 작가의 시대별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야외정원 곳곳에서도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손때가 묻은 책상과 스크랩북 등 작업현장이 일부 보존돼 작가의 흔적이 느껴진다. 최만린미술관은 2020년 개관 이후 ‘흙의 숨결’, ‘해와 달 : 일월’, ‘최만린 1주기 추모전’등 작가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전시를 이어왔다.
올해 4월부터는 개관 이후 처음으로 최만린 작가가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집’이라는 특별한 전시공간에서 건축과 조각의 연결점을 탐색하는 ‘감각의 시어’전이다. 전시는 건축가 김준성의 설계 도면과 드로잉, 조각가 최인수의 ‘장소가 되다-2′와 ‘태고의 바람’ 등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지난 4월 23일 방탄소년단 RM이 관람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RM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관람 사진을 올린 이후 전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최만린미술관 관계자는 “한국 근대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시”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7월 9일까지(매주 일·월·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