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대한다원 차밭. 경사가 가파른 비탈에는 어김없이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드넓은 계단식 차밭 이랑이 펼쳐져 있었다. 보성은 전국의 말린 찻잎인 건엽(乾葉) 생산량의 34%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차 생산지다. 보성 녹차는 20년 전 ‘국내 1호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됐다. 대한다원은 ‘차의 고장’ 보성의 대표적인 차밭 관광지. 찻잎 수확은 지난달 우전을 시작으로 내달 중순까지 이어진다. 요즘 ‘녹색 물결’을 만끽하려는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남 보성군 보성읍 차밭에서 농부들이 여린 찻잎을 따고 있다. 보성군은 오는 21일부터 보성 차밭에서 피크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전남도 제공

◇여유롭게 다과(茶菓) 즐기는 ‘차밭 피크닉’

‘차와 판소리의 고장’ 보성군은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야외 마스크 착용 해제로 관광에 훈풍이 불자 녹차 체험 관광 프로그램과 판소리 대면 공연을 강화한다고 12일 밝혔다.

녹차 체험 관광 중심은 대한다원 차밭 인근 한국차문화공원과 봇재다. 차문화공원에는 차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은 물론 차 문화·역사·생활실 등을 갖춘 ‘한국차박물관’과 계단식 차밭을 전경으로 한 ‘산책로’ ‘그늘 쉼터’ ‘천문과학관’ ‘청소년수련원’ 등이 들어서 있다. 차문화공원 맞은편 보성읍과 회천면 사이 고개 봇재 정상부에 자리한 3층짜리 건물이 ‘봇재’다. 고개 이름을 딴 복합문화공간으로 보성의 차를 홍보하는 곳이다. 2층엔 군이 직영하는 차카페 ‘그린다향’이 들어섰다.

보성군은 봇재와 차문화공원 차밭에서 녹차로 만든 음료와 간식을 즐기는 피크닉 ‘보성애(愛) 물들다(茶)’ 프로그램을 이달 21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생태녹색 관광자원화 공모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선정됐으나 코로나 사태로 1년 만에 올해 처음 시작한 것이다. 보성의 차밭에서 여유롭게 소풍을 즐기면서 차의 정취에 흠뻑 빠져드는 관광 상품이다. 오는 7월 중순까지 운영하고 무더운 한여름은 일시 중단하고 9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운영을 재개한다.

김수진 보성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기존 녹차 체험 프로그램은 찻잎을 직접 딴 뒤 그걸 덖어 시음하거나 아니면 생산된 차를 마시며 다도(茶道)를 경험하는 게 전부였다”며 “관광 명소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젊은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체험과 치유(힐링)를 원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까지 겨냥해 녹차밭 피크닉 상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보통 차밭을 오면 그냥 쓱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가는데, 이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느긋하게 2~3시간 차밭 그늘에 앉아 말차 등 디저트를 즐기게 된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체험 장소는 군이 직영하는 봇재와 차문화공원, 율포해변을 비롯해 민간이 운영하는 보림제다, 청광도예원, 수진한옥 등이다. 우선 인터넷 ‘홈페이지(www. farmpartia.com)’에서 체험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전화 문의는 보성군 문화관광과(061-850-5212). 봇재와 차문화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예약자는 봇재 카페에서 차나무의 어린싹으로 만든 차인 말차(抹茶)를 넣은 음료와 말차 양갱·곶감 등의 간식거리, 돗자리, 감성 소품 등을 받게 된다.

이후 봇재와 차문화공원의 지정 장소에서 2~3시간 동안 피크닉을 즐긴다. 음식과 피크닉 용품은 2인(1세트)이 기준이다. 1세트당 가격은 3만5000원 수준. 4인 가족의 경우 2세트(7만원)를 구입해야 4명 분량의 간식과 피크닉 용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민간 다원은 별도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음식은 보성산 식재료로 만든다. 봇재에서 5㎞ 떨어진 회천면 율포솔밭해수욕장 인근 ‘농부와 바다’라는 농어촌체험마을에서는 제철 해산물과 보성에서 키운 녹돈으로 바비큐를 맛본다. 홈페이지 사전 예약이 필수.

지난달 시범 운영한 피크닉 체험 프로그램 모습./보성군 제공

◇율포해변 광장서 매주 토요일 ‘국악 버스킹’

‘소리 서편제의 고장’ 보성군은 국악 관광 상품도 새로 선보였다. 봇재와 가까운 율포해변이 무대. 이달 초 율포해수욕장 해수녹차센터 앞 광장에서 ‘보성별곡 국악 버스킹’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00여명이 이 공연을 관람했다. 내달까지 두 달 동안 보성의 젊은 국안인들로 구성된 ‘보성아리랑예술단’이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전통 판소리와 현대 음악을 가미한 퓨전판소리 공연을 한다. 공연은 1시간 동안 이어진다. 윤희진 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우리의 위대한 유산 판소리로 많은 관람객이 지친 마음을 위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보성 녹차는 8년 연속으로 ‘2022 대한민국 명가·명품대상’ 지역브랜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보성군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2009년부터 미국(USDA), 유럽(EU), 일본(JAS) 등 국제 유기인증을 획득했다. 보성의 전통차 농업은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로 지정됐다. 군은 현재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