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국내 최초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설립돼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한국과학기술원(총장 이광형·이하 KAIST)이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 시대를 선도할 핵심 인재 양성과 융·복합 연구 전략 수립에 나섰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년 이내에 선도국(先導國) 수준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국가 필수 전략기술 선정 및 육성·보호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이경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재로 토론회를 열어 KAIST를 포함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국가필수전략기술에 관한 ▲원천 기술 확보 ▲인재 양성 및 확보 ▲산학연(産學硏) 공동 연구 등의 역할을 당부했다.
◇퍼스트무버 위한 ‘5가지 임무’ 설정
KAIST는 국가 필수 전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산학 협력 ▲창업 ▲인재 ▲국제 협력 등의 다섯 가지 임무를 설정했다.
연구·개발 임무는 우리나라가 국가 필수 전략기술 10개 분야 중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자리매김하는 중점 연구 수행을 골자로 한다. AI(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수행하는 AI 멀티모달학습, 설명가능 AI, 인공지능 대형언어 모델 연구와 KAIST 연구원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기반 메타 융합 연구, 세계 최초로 설립한 6G 연구센터를 통한 광대역 빔(beam) 형성 솔루션 연구 등이 세부 추진 방향이다.
또한, 차세대 혁신 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팅 등을 중점 연구해 ‘원천 특허’ 및 ‘국제 표준 선점’ 연구 기반을 마련한다. KAIST는 지난 2020년 IBM의 양자컴퓨팅 발전 협력 단체인 IBM Q 네트워크에 합류한 바 있으며, 2018년 인공지능양자컴퓨팅 IT 인력 양성 연구센터 개소 등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산학협력 임무는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기업과의 산학협력 연구를 확대해 선도형 기술 분야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R&D 공유센터, 애로기술 자문 프로그램, 지-코어(G-CORE) 같은 사업들을 활성화해 기업의 수요에 맞춘 산학협력 거점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창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교육→연구→사업화→창업으로 이어지는 전(全)주기적 연구 성과 체계도 마련한다. 이광형 총장 취임 이후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카이스트 홀딩스, KAIST VC(Venture Capital) 연합, 아이디어 팩토리, IP R&D 시스템 구축 등 기술 이전 활성화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또한,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 방법까지 창의적으로 연구하는 글로벌리더 양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더불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양질의 성과 창출을 위한 개방형 공동연구 및 인력 교류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우주기술·반도체·배터리 등 10개 분야 경쟁력 확보 나서
KAIST는 ▲인공지능 ▲5세대(5G)·6세대(6G)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첨단로봇·제조 ▲양자 ▲우주·항공 ▲사이버보안 등 국가 필수 전략기술로 선정된 10개의 연구 분야를 국내에 정착시켜 선도해왔다.
국내 최초 AI대학원을 개설해 기계학습·인공지능·자연어처리·머신러닝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의 연구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또한, 2020 AI대화시스템기술챌린지와 2021 AI 영상인식대회 영상검색트랙에서 김기응 교수 연구팀과 서민준 교수 연구팀이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와 함께 5G·6G 분야에서는 2019년 6G 연구센터를 LG와 함께 설립해 지난해 6G 광대역 빔 형성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5G보다 지원 대역폭이 11배 이상인 세계 최초이자 최고 성능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KAIST는 나노급 초미세 반도체 소자 기술, 플렉서블·2D 반도체 기술 및 뉴로모픽 반도체 원천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반도체 핵심 연구 기관이다. 올해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PMI 및 AI 반도체, 6G 반도체, 첨단바이오 반도체 등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 총장은 “세계 정세가 산업기술 패권을 다투는 기정학(技政學·기술 중심 정치학) 시대에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우주기술·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 등 10개 분야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21세기 대학의 새로운 책무”라며 “기술 패권과 국가적 위기에 맞서 과학기술인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