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농수산물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7월 국내 대표 해운사 ‘HMM㈜’와 손을 잡았다. 북남미 서해안 노선 화물선에 전용 화물 적재 공간을 두기로 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국제 운임은 치솟고, 배에 짐을 싣는 공간 ‘선복’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그해 11월 호주 노선 상선에도 선적 공간을 더 확보했다.
활로가 열렸다. 국내산 농수산물 5000t(751TEU)이 지난해 7~12월 6개월 동안 전용 화물 공간을 갖춘 HMM 화물선을 통해 미국과 호주로 수출됐다. 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1개. 신선한 과일 배는 3000t으로 미국 전체 수출 물량의 40%를 차지했다. 김치와 버섯은 각각 미국 전체 수출 물량의 34%와 12%를 점유했다. 전용 화물 공간 확보가 미국 수출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50년 만에 농수산 식품 첫 100억달러 수출 달성
농림축산식품부와 aT는 작년 초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과도 협업을 통해 화물용 항공기를 확보했다. 겨울철 1~4월 집중적으로 수출하는 딸기는 항공기를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딸기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농산물이다. 수출 물량의 95% 이상이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항공 운송에 의존한다. 올해도 딸기 수출이 순항 중이다. 이달 말까지 싱가포르행 전용기는 주 4회 운항하고, 딸기 수출 1위 국가 홍콩에도 매일 2회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기노선 aT 수출식품이사는 지난 11일 “올해는 미국 동부와 유럽, 동남아 등으로 전용 화물 공간 탑재 화물선 운영을 확대한다”며 “동시에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신남방 국가에서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열어 딸기 등 국내산 명품 과일 수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농수산 식품 수출액은 전년(2020년) 대비 15% 이상 늘면서, 역대 최초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작년 한 해 농수산 식품 수출액은 113억 7000만달러(약 13조 9220억원)로 수출 통계 확인이 가능한 1971년에 비해 50배가 늘어났다. 특히 50년 만에 최초로 100억달러 이상의 수출액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식품과 가정 간편식(HMR)이 인기를 끌며 신선 농산물과 가공식품 수출액이 모두 증가했다. aT 관계자는 “농식품부와 함께 발 빠르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해 판로를 뚫고 마케팅 수출 사업 운영 방식을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국관 식품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돌풍
‘현지 맞춤형 온라인 한국 식품관’은 농수산 식품 수출에서 첨병 역할을 한다. aT는 코로나 이후 급성장하는 중국 온라인 시장을 겨냥해 2020년 11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한국 식품관을 개설했다. 한국 식품 기업의 중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춘제·광군제 등 중국 주요 소비 시즌에 집중해 실시간 방송 판매를 했다. 그 결과 티몰 한국 식품관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0% 증가한 67억원에 달했다. 티몰 내 전체 식품관 중 매출액 상위 1%를 기록했다.
aT의 온라인 한국 식품관은 지난해 일본·대만·싱가포르·필리핀·말레이시아 5국의 온라인 쇼핑몰에도 진출했다. 온라인 한국식품관은 6곳에 이른다.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한국 식품관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배 증가한 112억원에 달했다. 2020년 120가지에 불과했던 품목도 지난해 2173가지로 18배 증가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아세안 등에도 진출해 올해 온라인 한국 식품관은 모두 11곳으로 확대 운영한다.
◇'김치의 날’ 제정한 미국 뉴욕주… “김치는 오랜 한국의 전통 음식”
인기가 치솟는 김치도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대미 김치 수출은 2020년 대비 22.5%가 증가한 2825만달러(약 345억원)를 기록했다. 10년 전 2011년 279만달러와 비교하면 10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aT는 뉴욕주의 ‘김치의 날’ 제정에도 기여했다. 지난 2월 뉴욕주 의회는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올해부터 매년 11월 22일은 뉴욕주 ‘김치의 날’이 됐다. 김치의 날이 미국 현지에서 제정된 것은 지난해 8월 23일 캘리포니아주, 올해 2월 9일 버지니아주에 이어 세 번째다.
국내에선 2020년 김치의 날이 제정됐다. 뉴욕주 결의안은 ‘김치는 한국의 오랜 전통 음식으로,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풍부한 역사를 가진 음식’이라는 내용 등을 담았다. 또 뉴욕주에서 김치의 인기와 수요, 수출 증가, 김치의 역사, 건강식품 우수성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2013년에는 유네스코가 늦가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을 무형 문화유산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농식품부와 aT는 올해 수출 유망 품목 육성과 물류 기반 구축, 신규 시장과 온라인 진출 확대 등에 나선다. 김춘진 aT 사장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농수산 식품 수출 성장세는 올해에도 지속할 것”이라며 “수출 농가와 업체가 현장에서 효과를 체감하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