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광주과학기술원(GIST) 후문 부근 첨단산단3지구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논과 밭, 과수원이던 치촌마을 부근 공사현장에서는 터를 닦거나 2~3층 골조를 올리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22일 착공한 인공지능(AI)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이다. 현장 작업자는 “부지정리작업과 신축공사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1층, 지상 7층의 실증동과 창업동, 지상2층의 데이터센터로 구성된다. 내년 6월 공사를 마무리하면, 여느 농촌과 같은 풍경이 최첨단 인공지능산업의 핵심기지로 변하게 된다.

광주AI창업캠프 2호관에 입주한 인트플로우㈜ 연구원들이 인공지능 축산개체관리 플랫폼 ‘엣지팜(EdgeFarm)’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광주시는 지난 2019년 정부로부터 ‘AI 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AI단지)’ 조성사업을 승인받고, 인공지능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당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인공지능산업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광주첨단산단 3지구(4만7246㎡)에 오는 2024년까지 국비를 포함한 예산 4061억원을, 이어 2단계로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939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광주시는 이를 계기로 AI 클러스터 조성(첨단3지구 중심), 창업과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 AI 인재 양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가 인공지능 대표도시를 겨냥하며 뛰고 있다.

◇내년 하반기 AI데이터센터(슈퍼컴) 가동

한창 공사중인 AI단지에서 내년 7월부터 AI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 가동을 목표하고 있다. PF(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번 연산할 수 있는 컴퓨터 성능단위이다. 광주에 세워지는 AI데이터센터의 경우 연산 능력 88.5PF이다. 저장 용량 107PB(페타바이트, 1 PB는 약 100만 기가바이트) 규모이다. 광주시는 “세계적 규모로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누리온 5호기의 25.7 페타플롭스(세계 17위)보다 뛰어나다. 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광주시는 923억원, NHN은 2100억원을 각각 투입키로 했다. 가동을 시작하면 스타트업, 중소·중견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의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데이터 센터 구축전인 지난해 5월부터는 NHN판교 데이터센터를 임차하여 AI기업들이 이용토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유치 계속, 일자리 생긴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4가 두 곳에 광주시가 세운 AI창업캠프가 지난 2020년, 2021년 각각 세워졌다. AI유치기업과 스타트업의 입주공간으로 77개사가 입주한 상태이다. 1호관은 AI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 2호관은 성장진입단계의 AI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2호관에 입주한 인트플로우(대표 전광명)는 비접촉 생체정보기술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전 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 박사출신으로 2019년 8월 첨단2지구에서 창업했다. 연구자들은 스마트인재개발원, AI사관학교 등지에서 충원되고 있다. 주력제품은 ‘엣지팜’으로 AI축산관리플랫폼이다. 영상으로 객체를 검출하는 AI기술을 활용, 돼지 등 축산개체를 24시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채준 이사는 “AI분야 업체들과 연구자들이 집적된 창업캠프로 옮겨오니, 정보획득과 교류 등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제이(대표 정우주)도 2호관에 입주해 있다. AI기반 ‘감성 맞품형’ 음악추천 플랫폼을 개발한 업체이다.

지난 23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인공지능 창업캠프에서는 광주에서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하려는 기업 10곳이 광주시와 협약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개발과 사업화, 인력양성과 일자리창출에 노력하자고 손을 잡았다. 광주에서 관련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의 협약케이스는 이날로 모두 145개 기업이다. 이날 이전 협약했던 기업 135개중 93개사가 광주에 법인이나 사무소, 연구실을 열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 436개가 만들어졌다고 시는 밝혔다. 새로 광주에 합류키로 한 기업들은 렉스소프트, 비투엔, 아이타아이즈, 오든, 웨인힐스벤처스, 이모라이브, 인디프로그, 체인브리지, 투디지트, 페어립에듀 등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협약에서 “광주에 둥지를 튼 AI기업들이 계속 머무르며 사업에 상공토록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첨단산단3지구에 조성중인 인공지능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 조감도./광주시 제공

◇인력은 키우고, 자금도 지원

광주에서는 인공지능 인력도 키우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을 비롯 전남대(에너지), 조선대(헬스케어), 호남대(자동차)에서 인력을 육성한다. 올해 이 4개 대학에서 76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재직자의 직무를 인공지능분야로 바꿔주는 교육(200명)도 진행한다. 대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실무인재(AI사관학교 300명)도 양성한다. 첫해 155명, 둘째해 180명에 이어 인원을 늘렸다. 상당한 경쟁을 뚫고 전국에서 선발된 인원은 광주과학기술진흥원에서 현장 교육을 받고 있다. 총 10개월간 딥러닝, 빅데이터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중·고급과정(480시간), 자동차·에너지·헬스케어 등 지역특화산업과 공공분야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실습과정(480시간)으로 진행한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여 취·창업 매칭프로그램, 인턴십 등을 통해 취·창업을 지원한다. 손경종 광주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인공지능분야에 꿈이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성장의 기회, 기업에게는 인력수급의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인공지능 분야 기업에 투자할 10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도 조성되고 있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과 광주테크노파크가 100억원을 공동 출자하는 등 총 1098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에 따라 총 펀드금액의 20%인 200억원 이상이 광주지역 소재기업 또는 1년 이내 광주로 본사, 연구소, 공장을 이전하는 인공지능 기업에 투자된다. 현재 11개사에 178억원이 투자되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7400억원을 조성, 투자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