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에 삼색나물, 갈비찜, 잡채, 녹두전, 그리고 후식으로 시원한 수정과까지….

배부른 설 명절이 돌아온다. 비록 거리두기로 온 가족이 모이기는 힘들어도, 설에는 평소보다 푸짐한 식탁이 차려지게 마련이다. 특별한 날이니만큼 술잔도 한 잔 두 잔이 석 잔이 된다.

모두의 연휴가 산뜻하게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연휴 후 많은 사람들이 과식과 기름진 음식, 음주로 인한 속 불편을 호소한다. 이러한 소화불량은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반복될 경우 만성화돼 위염·위궤양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속 불편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만성 위염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위암 발병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암 환자 7명 중 1명은 위암 환자다. 지난해 12월 중앙 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 국가 암등록통계’에 의하면 갑상선암(21.5%· 2019년 기준)이 가장 많고 위암(14.9%)이 그 뒤를 차지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서양 3대 장수식품 중 하나인 양배추. 비타민U가 풍부해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손상된 위벽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Getty Images Bank

◇과식, 자극적인 음식, 스트레스…원인도 다양한 위염

위염은 위의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위 점막은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 및 각종 소화효소들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데, 이러한 점막층이 손상되면 염증이 생긴다. 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과식하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 ▲자극적인 음식 등을 먹었을 때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그 외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진통제·소염제·아스피린 등 약물 ▲정신적 스트레스 ▲흡연·음주 등도 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위염’은 염증이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이고, ‘만성 위염’은 여러 염증 원인이 복합적으로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조금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 장애가 생기는 ‘신경성 위염’도 현대인에게는 흔하다. 불안·신경과민·우울·스트레스 등의 감정이 위를 지배하는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위장 운동력까지 떨어뜨린다. 위산의 분비도 줄어들어 조금만 먹어도 소화 장애가 생긴다.

◇위에 좋은 식품 ‘양배추’

위가 좋지 않은 이들이 반드시 섭취해야 할 1순위 식품은 바로 양배추다. 양배추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서양 3대 장수식품 중 하나이다. 칼륨·칼슘·비타민C·비타민U 등이 풍부해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가난한 자들의 의사’로 불려왔다. 특히 양배추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타민U가 그 어떤 채소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비타민U의 성분명은 메틸 메티오닌 설포늄 클로라이드(Methyl Methionine Sulfonium Chloride·이하 MMSC)로 위 점막을 보호하고 위산이나 자극에 손상된 위벽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양배추에서 추출된 MMSC는 위궤양 치료제 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위 건강에 항암 효과까지 양배추 효과

양배추는 위에 좋을 뿐만 아니라 항암 효과도 매우 훌륭한 식품이다. 양배추 등 십자화과(十字花科: 무·배추·냉이·꽃다지 등)채소의 높은 항암 효과가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 대부분의 십자화과 채소는 여러 종류의 암에 대해 암세포 증식억제 효과가 50%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위암에는 양배추·브로콜리·케일·냉이 등이 80% 이상의 ‘암세포 증식 억제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만성 위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평소에 양배추를 꾸준히 섭취하면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양배추는 생으로 먹거나 살짝 익혀야 효과

양배추는 부위별로 영양소 함유량이 다르다. 겉잎에는 비타민A·칼슘이 풍부하고 하얀 속잎에는 비타민C 함량이 높다. 양배추의 영양성분은 양배추 속으로 들어갈수록 높아지며, 특히 위 건강에 좋은 비타민U 성분은 심지에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양배추의 심지는 단단하고 질겨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살짝 찐 후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좋다. 사과·오렌지·매실청 등을 함께 넣으면 양배추의 비린 맛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양배추에 함유된 대부분의 영양소는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샐러드·즙·주스 등 생식(生食)이 가장 좋고, 가열해야 할 때는 살짝 볶거나 데쳐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