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내 명소를 구경하고 싶다면 휴대폰으로 지도위 QR코드를 찍자. 직접 가지 않고도 용산 곳곳을 다닐 수 있는 ‘체험형 지도’를 이용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용산구가 지난 9일 내놓은 QR지도 ‘스토리 스트릿’ 이야기다.

13일 오전 ‘용리단길’ 맛집거리. 골목에 있는 식당의 모습이 스마트폰 내 VR화면으로 구현됐다. /김승우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

13일 오전 용산구 한강로동 ‘용리단길’을 찾아 용산구가 만든 QR지도를 폈다. 이 지도위에 있는 ‘용리단길’ QR코드를 스마트폰 촬영 모드로 비췄다. 눈 앞 풍경이 화면에 그대로 펼쳐졌다. 360도 시점 전환도 가능했다.

4단 접지 형태로 제작된 이 지도를 펼치면 중앙부에 ‘독립의지의 길’, ‘뉴트로 함께 걷길’, ‘MZ세대 맛집 멋집 탐방길’, ‘가족과 함께 걷길’ 등 4개의 탐방로가 그려져 있다. 자치행정과 이선경 주무관은 “단순히 용리단길 같은 대중적 명소만이 아니라 구의 역사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특히 ‘독립의지의 길’을 추천했다. 용산 효창원로에서 후암로까지 걸으며 이봉창역사 울림관, 효창공원 의열사, 식민지 역사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는 1.7km 거리다. 일제의 저항한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어 ‘독립의지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신용삼역과 삼각지역 사이 독특한 가게들로 가득한 ‘용리단길’과 용산도시기억전시관, 백빈건널목으로 연결되는 2.3km는 ‘뉴트로 함께 걷길’이다. 이태원역에서 출발해 이태원 세계 음식 거리와 해방촌 맛집길, 남산타워길로 이어지는 3.9km의 거리는 ‘MZ세대 맛집멋집 탐방길’로 정했다. 한강진역에서 용산공예관, 전쟁기념관, 용산가족공원을 잇는 6.1km의 ‘가족과 함께 걷길’은 아이들과 체험·교육·전시·놀이 등을 할 수 있는 명소로 구성됐다.

신용산역과 삼각지역을 잇는 ‘용리단길’을 찍은 VR화면(왼쪽) 그리고 용산 내 4곳을 담은 QR지도인 ‘용산구 스토리 스트릿’. /용산구

이 지도위에 있는 12개의 QR코드만 찍으면 360도 VR(가상현실)로 구현된 구내 명소를 체험할 수 있다. 용리단길, 용산가족공원, 용산도시기억전시관 등 탐방로별로 장소도 다양하다. 그중 용산도시기억전시관 QR코드에 접속하니 전시관이 입체적으로 나타났다. 바닥을 클릭하면 내부 이곳저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벽면에 부착된 안내글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화질도 뚜렷한 편이다. QR지도 기획에 참여한 용산구 자치행정과 이선경 주무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실감 있는 ‘방구석 용산 여행’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용산구 QR지도의 시작은 ‘구민 제안’이었다. 구는 2020년 7월 약 200건의 구민 제안을 받았다. 이후 토너먼트 방식의 주민투표 등을 거쳐 8개 제안을 사업화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하나가 재개발 등으로 잊힐지 모를 용산의 골목 이야기를 QR코드로 알리자는 ‘스토리 스트릿’이었다. 여기에 각 명소를 VR로 보여주자는 구민 의견이 더해졌다. 용산구 민간협치회의 이세원 전 간사(38)는 “QR지도는 주민의 의견으로 시작해 관과 주민이 합심해 완성해낸 지도”라면서 “대형 지도를 펼쳐 장소를 하나하나 고르고 발로 뛰어가며 만들었다”고 했다.

용산구는 최근 각 주민센터, 전시·박물관 등에 QR지도 3000부를 배포했다. 몇몇 곳에서는 지도가 금세 소진돼 ‘지도를 달라’며 주민센터를 찾는 주민들이 있었을 정도. 구는 명소를 촬영한 VR 영상을 용산구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주무관은 “용산에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영어버전 QR지도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