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두통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만성 질환으로 꼽힌다. 술을 마실 때, 신경을 많이 쓴 날, 화가 날 때, 자고 일어난 후 등 시도 때도 없이 두통이 찾아온다. 머리 아픈 이유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뇌의 산소 부족이다. 뇌에 10분만 산소 공급이 중단돼도 사망에 이른다. 뇌는 산소가 조금만 부족해져도 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이 바로 두통이다. 고산지대에 올라가면 머리가 아픈 것도 같은 이유다.

‘산소학 최고 권위자’ 가이통(Arthur C. Guyton 1919~2003년) 미시시피주립대 종신교수(前)

◇산소 부족, 뇌에 직격탄

두뇌는 우리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다. 몸속 산소의 30%가 두뇌에서 소모된다. 하루에 드럼통 10개 분량(2000L)의 피가 두뇌로 들어가, 145억 개 뇌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피가 산소를 싣고 뇌로 들어가는 것이다. 뇌의 혈류량이 줄면 당연히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통증이 생긴다.

술을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픈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알코올은 산소가 없으면 분해되지 않는다. 알코올 1분자를 분해하려면 산소 3분자가 필요한데, 다량의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많은 산소가 소모돼 뇌에 산소가 부족해져 머리가 아픈 것이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독성물질이 분비되는데, 그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것도 산소이다. 더불어 산소는 납·수은·비소 등 우리 몸에 치명적인 중금속을 분해하는 강력한 해독제 역할까지 한다.

◇산소 없으면 에너지도 없어

만성피로와 무기력증도 전형적인 산소 부족 증상이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영양소는 반드시 태워져야만 에너지가 된다. 산소가 영양소를 태우는 역할을 한다. 산소가 부족하면 나무가 불에 타지 않는 것처럼, 영양소가 충분히 연소되지 않아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한 영양소가 지방 형태로 축적돼 만병의 근원인 복부비만을 일으킨다.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어도 산소가 없으면 단 1g의 지방도 분해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밥만 먹었다 하면 포만감에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 역시 산소부족 증상이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위가 활발하게 움직여 소화시킨다. 이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산소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몸에 산소가 충분치 않을 경우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뇌에 있던 산소까지 위장으로 몰려가 우리 몸은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고 두뇌 산소부족으로 졸음이 쏟아진다. 졸음은 ‘두뇌에 산소가 부족하니 더 이상 두뇌활동을 하지 말라’는 신호인 셈이다.

설악산의 산소농도는 21.6%, 서울 지하철은 20.6%이다. 수치상으로는 1%에 불과하지만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

◇불면증과 우울감도 산소부족 증상

산소는 인간의 행복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에는 두뇌의 지휘자로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여러 두뇌 신경을 조율하여 평온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행복감을 높여준다고 하여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세로토닌은 산소에 의해 만들어진다. 뇌에 산소가 부족하면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효소의 활성이 줄어들며, 뇌의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져 우울감이 온다.

◇산소 부족, 눈 건강에도 치명적

인체의 모든 세포는 산소 없이 살 수 없다. 산소가 없으면 뇌세포가 죽는 것처럼 눈동자 세포도 생존할 수 없다. 눈동자 세포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은 눈물이다. 안구(眼球) 표면에는 6~7mL의 눈물이 흐른다. 2~3초에 한 번씩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물샘에서 눈물을 내보내는데, 그 눈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가 눈동자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눈물이 없으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눈동자 세포가 말라죽는다. 안구건조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나이가 들면 눈물의 양이 줄어 눈에 산소공급이 잘 안 된다. 눈이 뻑뻑해지고 심해지면 각막 손상을 입어 눈이 침침해지기 쉽다. 눈에 액체 타입의 산소를 직접 넣어주면 뻑뻑한 증상이 사라지고 시야가 트이게 된다.

◇나이 들수록 산소 부족해져

사람들은 하루 종일 숨쉬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공기 중에는 산소가 21% 들어 있는데, 장소마다 차이가 난다. 숲속은 21%, 대도시는 20%, 창문을 닫은 도심 아파트 속 방이나 승용차 안은 19% 정도이다. 수치상으로는 1~2%에 불과하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 서울 도심에 살다가 설악산 깊은 계곡에 들어가면 몸이 가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바로 그 1~2%의 차이가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은 산소가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폐 기능이 떨어져 젊은 사람보다 산소를 훨씬 적게 받아들이는데, 몸은 산소를 더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몸 안에 노폐물이 많이 축적돼 이를 분해하려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몸에서 ‘노인 냄새’가 나는 이유도 산소에 있다. 몸에 산소가 부족해 노폐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쌓여 있다가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노인 냄새다.

◇고농축 액체산소 각광

충분한 산소가 사람에게 주는 효과는 크다. 두뇌에 산소가 공급되면 두통이 사라지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되며, 우울증이나 불안감도 줄어 행복감이 높아진다. 몸 안 독소들이 산소에 의해 분해되고, 면역력이 향상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대로, 산소가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보약을 먹어도 에너지로 만들지 못한다.

최근 ‘액체산소’가 주목받고 있다. 액체산소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전기분해해 농축시켜 만든다. 산소농도가 일반 생수의 5만 배 이상인 액체산소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산소를 보충할 수 있다.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하는 운동선수나 학생, 평소에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 산소가 부족한 장·노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