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쯤 일이다.

필자의 어머니께서 퇴행성관절염에 시달리시다 마침내 한계 상황을 맞이했다.

더 이상 통증을 참을 수 없게 되자 “수술받게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에는 인공관절 수술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점점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보통 보행을 담당하는 무릎 관절이 인공(人工)으로 대체되면, 오랫동안 사용해 닳고

아픈 인체의 원래 관절보다 더 튼튼하고 원활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수술대에 오른다.

하지만 수술 후 실상은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내가 이런 상황을 어머니께 설명드리며 “좀 더 기다려보자”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대뜸 “불효자”라고 버럭 화를 내셨다.

당시 어머니의 무릎 증상은 나의 치료법에 잘 반응하지 않았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말라있었고 주기적으로 치료받으러 병원에 오시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내와 상의 후 어머니를 스포츠센터에 등록해 드렸다.

무릎이 아픈 경우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수술 이외의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자연적인 퇴화보다 더 빠르게 관절을 악화시킬 수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는 스포츠센터 운동 프로그램에 수개월 동안 참여하셨다. 뿐만 아니라 짧은 거리는 되도록 걸어 다니도록 했다. 그 후로 어느 날, 어머니의 무릎과 안쪽 다리를 만져봤더니 전에 없었던 근육이 생긴 것이 느껴졌다. 근육이 붙으면서 나의 치료에도 잘 반응하기 시작했다. 다리에 근육이 붙고 통증이 잦아드니 어머니께서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셨다. 통증이 호전되면 치료를 멈췄다가 통증이 다시 시작되면 병원에 오시기를 반복하며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어머니께서는 ‘구순(九旬)’이 되셨다. X-레이 사진상으로 보이는 어머니의 무릎 관절 부위는 엉망이지만, 지금도 어디든지 도움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신다. 아흔이라는 연세에도 자기 관절로 혼자서 다니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얼마 전 어머니께서 내게 “그때 인공관절 수술을 못 하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수술 후 “무릎이 아프지 않다”고 자랑하던 친구들이 나중에는 오히려 거동이 불편해져서 잘 움직이지 못해 요양원에 들어가셨고, 결국 대부분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무릎이나 고관절 등 인공관절 수술 후 치매나 파킨슨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수술 후 뇌의 특정 부분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것을 관찰한 보고서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넷플릭스에서 ‘칼날 위에 서다: 첨단 의학의 덫(The Bleeding Edge·더 블리딩 엣지)’이라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돼 충격을 줬다. 인공관절 수술 후 ▲손 떨림 ▲우울증 ▲이명(耳鳴) 등과 같은 증상에 정신질환까지 나타난 정형외과 의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의 증상이 코발트(인공관절을 만드는 금속재료 중 하나) 중독이라고 주장하며 코발트로 인한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더 나아가 많은 환자들이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지만,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오진(誤診) 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무릎이 아픈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만 받으면 통증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인공관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완벽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수술 후 다리에 힘이 없어 잘 걷지 못하고 통증이 되레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인공관절 주성분인 금속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고, ‘더 블리딩 엣지’ 같은 중금속 중독(코발트 등)까지 나타난다. 또한 원인 모를 치매 증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릎은 신경학적 관절이라고 한다. 적절한 자극에 반사를 잘 일으킨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자극에 잘 반응한다는 것은 다양한 통증 완화 방법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당연히 ‘수술이 최고의 해법’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당연히 수술 이외의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일어날 것을 예방하기 위해 빨리 수술해야 한다.” ▲“나이 들면 수술이 더 어렵고 회복도 힘드니 미리 수술해야 한다.” 이런 말들은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원하는 곳을 내 두 다리로 맘껏 다니려고 수술까지 받았는데, 아무 데도 못 가고 방안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수술은 자연적인 퇴화보다 더 빠르게 내 관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짬을 내어 따로 운동하기보다는 오늘부터 보폭을 10㎝ 늘려 두세 정거장은 걸어 다녀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