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 K-무비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생활문화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차려입은 한복은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고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킹덤은 선비들이 일상적으로 쓰던 갓을 ‘아름다운 모자’로 칭송받게 하는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이나 의상, 소품과 같은 생활문화와 K-공예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공예의 세계화’는 필연적인 과정이 되고 있다. 국내 시장으로는 협소하기 때문에 해외로 가야 한다는 절대적인 명제가 작동하는 것 같다. 한때 가요계나 영화, 문학이 국내시장이 협소해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의 한계가 있다는 숙명론에 시달리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을 20여 년 정도 하다 보니 요즘 결실을 맺으면서 무한대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타인의 시선보다 자기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멋진 집과 자동차, 화려한 옷 등 바깥으로 보여주기에 신경 쓰던 사람들이 이제는 집 안에서 자신을 위한 위로와 누림의 방식으로 공예를 택하고 있다.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향유를 위한 소비, 그것이 행복한 자아의 일부가 된 것이다. 패션이 음식으로 이어지고, 생활공간으로 옮겨왔다. 다음은 공예인 것이 자명하다.

물론 선결해야 할 문제는 있다. 선순환 구조 기반이다. 공예의 나아갈 방향은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다. ‘생활화’는 대중들이 대량생산된 플라스틱 용품보다는 멋스러운 공예품을 가까이 두는 것이고, ‘산업화’는 공예품의 유통망과 판로를 만들어 공예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무한대로 확장되는 문화수출 콘텐츠의 중심에 K-공예를 세우고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최근 공예문화에 필요한 생태기반과 선순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있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공예트랜드페어는 올해로 16번째 개최된 공예계 대표 행사다. 해를 거듭하면서 변모해 왔지만, 올해는 더욱 수준 높은 공예 트렌드를 제안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효과적인 공예 비즈니스 전시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어느 때보다도 환경과 분위기가 좋다. 이제 공예인들 자신도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창작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은 그 생태계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들의 공예문화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은 가장 큰 격려가 된다. 지금이 우리 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