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3대 욕구 중 하나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먹는 양이 줄어들고 조금만 더 먹어도 소화 불량에 시달리기 쉽다. 속이 더부룩하고, 종일 트림을 한다. 못 먹으니 기운도 없고 늘 피곤하다. 노화로 위장의 운동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가 감소한 탓도 있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위장 기능이 저하되고 위액 분비도 줄어 소화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제대로 분해·흡수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소화·흡수 잘 되려면 효소 충분해야
효소는 우리 몸의 모든 화학작용에 필요한 단백질 촉매제를 말한다.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하고 ▲몸에 흡수시켜 에너지를 만들고 ▲면역 기능과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등 우리 몸의 모든 대사(代謝) 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효소 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호웰 박사는 “효소는 삶을 유지해주는 물질이며 생명의 불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체가 효소를 모두 소진하면 생명이 끝난다”며 “체내에 효소가 부족하면 빨리 늙고, 반대로 효소가 충분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효소는 체내 효소와 음식물 효소가 있다. 체내 효소는 그 역할에 따라 소화 효소와 대사 효소로 나뉘는데, 소화 효소는 말 그대로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식사를 하면 침샘·위장·소장 등 각 기관에서 음식물 종류에 맞는 소화 효소를 분비한다. 탄수화물은 아밀라아제, 단백질은 프로테아제, 지방은 리파아제에 의해 각각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글리세롤이라는 성분으로 흡수된다. 소화 효소가 임무를 마치고 나면 대사 효소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흡수된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 효소는 ▲각종 면역기능 ▲손상된 세포의 복구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조절 등 모든 대사 과정에 사용된다. 즉, 대사 효소의 활성화에 따라 건강이 좌우된다.
◇노인의 소화 효소, 젊을 때보다 30분의 1로 급감
체내에서 분비되는 효소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효소의 경우 70대 이후 타액 속에 들어 있는 양은 20대에 비해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위와 장에서 소화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지면 음식을 먹어도 영양소가 결핍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또한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는 장에서 이상 발효를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부패하면 유해균을 증식 시켜 장내 환경까지 악화시킨다. 인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효소의 양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체내 소화 효소를 과도하게 쓰게 되면 대사 효소가 부족해진다. 대사 작용 이상은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
나이 들어 분비가 줄어든 소화 효소를 덜 쓰는 방법은 평소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음식물 효소는 신선한 채소·과일 등 익히지 않은 날음식에 많이 들어 있다. 음식물 효소는 48도에서 사멸할 정도로 열에 취약하다. 그런데 가열 음식과 멸균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식사만으로 효소를 충분히 보충하기가 어렵다.
◇체내효소 아끼려면 외부에서 보충해 줘야
체내효소는 몸속에서 생산되는 양이 한정돼 평소 외부에서 공급해 줘야 한다. 최초로 대장내시경을 발명한 일본의 신야 히로미 박사는 “효소가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낮다”고 했다.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생으로 많이 섭취하고 소식(小食)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생식(生食)만으로 세 끼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식과 가열 음식의 비율을 반반 정도로 유지한다.
김치·된장·청국장 등 발효식품에도 효소가 풍부하다. 고기류(類)를 먹을 때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은 키위·파인애플 등을 같이 섭취한다. 소화는 입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침에는 소화 효소가 있어 오래 씹을수록 소화가 잘된다. 질 좋은 수면도 중요하다. 영양 흡수와 대사가 이루어지는 밤에 숙면하면 체내 효소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평소 소화 효소 제품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족한 효소를 채워 소화부터 흡수·배출까지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효소 제품을 고를 때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각 영양소 분해에 알맞은 효소가 골고루 들어있는지 ▲역가수치(효소 활성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충분한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안전한 제조시설에서 만든 제품인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