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장수 브랜드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패키지·로고·광고 슬로건 등을 보고 듣기만 해도 직관적으로 브랜드의 ‘상징적 요소’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브랜드들이 대표적 상징에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진화를 거듭한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와 공감대는 넓히면서도 아이덴티티(identity)는 잃지 않는 브랜드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장수 브랜드인 셈이다.
135년 동안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하루 평균 20억 잔이 판매되고 있는 코카-콜라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는 짜릿하고 청량한 맛뿐 아니라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코카-콜라는 꾸준히 변화하는 디자인으로도 대중과 소통해온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최근 코카-콜라는 ‘리얼 매직’ 슬로건과 ‘허그’ 로고를 공개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를 담아내 주목받고 있다.
◇시대와 트렌드 반영한 슬로건으로 전 세계인들 응원
‘현대 마케팅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코카-콜라 슬로건 변화를 살펴보면, 브랜드 본연의 매력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한 마케팅을 전개해왔다. 첫 슬로건은 1886년 제품 본연의 매력을 담은 ‘마시자 코카-콜라(Drink Coca-Cola)’로 시작됐다. 이후 1920년대 세계 대공황을 맞자 ‘상쾌한 이 순간(The Pause That Refreshes, 1929)’이라는 슬로건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냉전이 끝나가는 1971년, 코카-콜라는 이탈리아 로마의 한 언덕 위에 모여 코카-콜라병을 들고 함께 ‘세계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는 ‘힐탑(Hilltop)’ 광고도 선보였다. 슬로건은 화합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은 ‘오직 그것뿐(It is the real thing, 1971)’이었지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를 사주고 싶어요(I’d Like to Buy the World a Coke, 1971)’라는 가사가 더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석유 파동 후 어려웠던 1970년대에는 ‘코카-콜라와 함께 웃어요(Have a Coke and a Smile, 1979)’라는 슬로건으로 ‘일상 속의 작은 기쁨을 즐기며 웃음을 잃지 말자’고 응원했다. 세계화가 본격화된 1990년대에는 ‘언제나 코카-콜라(Always Coca-Cola, 1993)’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전 세계 어디든 누구와도 코카-콜라로 하나가 되는 소통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9년에는 긍정과 희망의 ‘행복을 여세요(Open Happiness, 2009)’라는 메시지로 응원했고, 2016년에는 코카-콜라 본연에 집중해 시원하고 짜릿한 코카-콜라로 특별한 일상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로 ‘이 맛, 이 느낌!(Taste the feeling)’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5년 만에 새 슬로건 ‘리얼 매직(Real Magic)’ 발표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고 있는 2021년, 코카-콜라는 새로운 브랜드 철학이자 슬로건인 ‘리얼 매직(Real Magic)’을 발표하며 ‘일상 속 행복과 짜릿함’을 응원하고 나섰다. ‘리얼 매직’은 현재의 시대상을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해 한층 더 확장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실’과 ‘마법’이라는 상반된 의미의 두 단어 조합으로, ‘현실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크고 작은 마법 같은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마법’이라고 노래한다.
코카-콜라는 ‘리얼 매직’ 슬로건과 함께 새로운 시각적 상징인 ‘허그’ 로고도 공개했다. 흘림체(스펜서체)인 코카-콜라 로고는 시대에 맞춰 조금씩 변화하면서도 브랜드 전통만은 이어왔다. 새롭게 바뀐 ‘허그’ 로고는 글자 양 끝이 둥글게 휘어지며 감싸는 듯한 입체적인 형태로 변화를 주었다. 이는 100년 이상 코카-콜라 제품에 새겨진 로고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연결하고 매일 마주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감싼다’는 의미까지 담았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 역시 달라졌다. 이번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은 2017년 원 브랜드 전략에 따라 빨간색을 중심으로 변경된 이후 4년 만이다. 기존 상단 띠를 없애고 로고를 전면에 가로로 집중도 있게 배치했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디자인은 글로벌과 동일하게 캔·페트 등 코카-콜라 전 제품 종류에 적용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