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지난 6월 7일부터 7월 18일까지 ‘나무사랑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해결해줄 나무와 목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산림 자원 선순환의 인식 개선을 위해 ‘지구를 지키는 나무와 목재’를 주제로 열렸다.
유치부, 초등학교 저학년부·고학년부 등 3개 부문으로 진행된 나무사랑 그림 그리기 대회에는 한 달 남짓한 접수 기간에 6040점의 작품이 온라인으로 출품됐다. 두 차례 예비 심사를 거쳐 본선 심사작 185점이 가려졌고, 실물 작품이 제출됐다. 지난 17일 심사위원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본선 심사에서 대상(산림청장상) 3점, 최우수상 3점, 우수상 9점 등 15개 작품이 최종 입상작으로 확정됐다.
이광회 조선일보 AD본부장은 “장기화하는 코로나 사태로 즐거울 일이 별로 없는 요즘 그림 그리기 대회를 통해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할 좋은 기회를 가지게 돼 매체사로서 큰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경수 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그림이 글보다 더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산림청은 학생들의 나무 사랑 메시지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취지와 주제, 개최 과정, 수상 작품 등은 인터넷 홈페이지(www.ilovewood-contes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사위원: 나형민 심사위원장(경희대 미대 교수), 권여현 홍익대 미대 교수, 우종택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이광회 조선일보 AD본부장, 하경수 산림청 목재산업과장.
[심사평] “숲·자연 속 유람한 듯… 순수한 마음 담긴 그림 보며 큰 울림 느껴”
중국 육조시대 종병(宗炳)이라는 화가가 있었다. 그는 젊어서 명산을 유람하면서 산수자연을 즐겼다. 그러나 노쇠해 직접 산을 오를 수 없게 되자 산수화를 ‘누워서 보며 유희’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누울 와(臥)’, ‘놀 유(遊)’의 ‘와유’라는 단어가 생겼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나무사랑을 그린 작품들을 보니 심사라기보다 숲·자연 속을 유람한 듯한 와유의 시간 같았다. 그러면서도 지구온난화와 같은 당면한 문제점, 나무의 역할, 자연의 가치, 지구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심사는 ‘나무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해석력과 창의력, 표현력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유치부는 나무사랑과 지구 지키기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나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식목의 의미라든지 목재의 활용성, 환경오염을 막아주는 나무의 가치 등을 다양하게 잘 소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제에 들어맞으면서 순박하고 작가의 진심이 회화적 감성으로 잘 반영된 작품 위주로 선발했다.
초등부 저학년과 고학년의 실기력 차이는 확연했다. 하지만 저학년이라 해서 나무사랑을 통한 환경보호 의미와 지구 가치에 대한 이해가 덜했던 것은 아니다. 도리어 순수한 눈을 통해 자연을 바라봄으로써 천연 놀이터로서 나무를 해석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고학년의 경우에는 성숙한 표현력과 더불어 주제의식에 치중하면서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 사회 이슈에 집중하는 표현 방식을 보였다. 특히 신음하는 지구의 모습을 만화의 한 장면처럼 풍자적으로 해석한 재기 발랄한 표현법이 인상적이었다. 표현의 성숙도를 고려하면서 순수성과 독창성을 유지한 작품 위주로 선발하고자 했다.
전문가로서 깨끗한 마음이 반영된 그림을 보면 손재주에서 느껴지는 감흥과 다른 울림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 그런 울림을 자주 느낄 수 있었는데 그만큼 어린 학생들의 순수함이 잘 반영된 작품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그 순수함을 잘 지켜 아름다운 지구를 가꾸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나형민 심사위원장·경희대 미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