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생화학자 폴 기요르기(Paul Gyorgy, 1893~1976) 박사는 ‘비타민 B의 아버지’로 불린다. 헝가리 출신인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영국 캠브리지 대학 교수를 거쳐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대학으로 옮겨가며 ‘비타민 B’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비타민 B군(群) 중 B2, B6, B7 등 3종을 그가 발견했다.
생화학자들은 1920년대 후반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가 손상되는 이유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39년, 기요르기 박사가 드디어 이유를 밝혀냈다. 그는 동물의 간에서 새로운 영양소를 발견하고 독일어 ‘Haar und Haut(머리카락과 피부)’의 이니셜을 따서 ‘비타민 H’라고 명명(命名)했다. 체내에 비타민 H가 부족해서 탈모가 생기고 피부나 손톱이 갈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오늘날 비타민 B7, 비오틴(Biotin)으로 불리는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 H이다.
기요르기 박사가 발견한 비오틴(Biotin)이 최근 ‘스타 영양소’로 주목받고 있다. 비오틴은 모발 비타민이자 피부 비타민으로 유명하다. 최근에 피로회복, 당뇨병 예방과 치료,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주목도가 높아졌다.
◇비오틴은 모발 비타민
모발은 단백질 덩어리이다. 모발의 80~90%가 케라틴(keratin)이라는 단백질 성분이기 때문이다. 체내에 케라틴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모발이 가늘어지고 쉽게 빠지는 이유이다. 체내에서 케라틴 단백질이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보조 효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비오틴이다. 비오틴이 없으면 케라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발은 모낭(毛囊)에서 나오는데, 모낭의 주성분은 콜라겐(collagen) 단백질이다. 몸에 콜라겐이 충분치 않으면 모발을 지탱하는 모낭의 힘이 약해져 머리털이 빠지고, 빠진 자리에서 머리털이 다시 나지 않는다. 모낭이 튼튼하려면 콜라겐 단백질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데, 비오틴이 콜라겐 합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모발과 모낭을 이루는 단백질 성분은 비오틴이 충분해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인 대부분 비오틴 결핍
비오틴의 탈모 예방 효과는 수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1996년 스위스 연구팀은 6개월간의 실험을 통해 비오틴을 꾸준히 복용한 그룹에서 모발이 25% 이상 튼튼해졌음을 확인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비오틴이 부족하면 탈모가 일어난다”면서 “비오틴은 모발의 강성, 조직 및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라고 밝혔다.
탈모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에서 2019년까지 5년간 11.3%나 급증했다. 한국인은 보통 40대부터 탈모가 시작되는데 최근에는 20~30대 층까지 탈모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대부분(89.5%)이 비오틴 결핍으로 드러났다. 비오틴은 장내 세균에 의해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는 영양소이다. 하지만 잦은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으로 장내 세균의 밸런스(유익균:유해균=80:20)가 무너지고, 그 결과 비오틴의 체내 합성이 저하된다. 평소 꾸준한 건강 관리를 통해 체내 비오틴 합성을 유도하며, 부족한 비오틴은 영양제를 통해 보충해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