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이하 울산대)는 최근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잇달아 내놓았다. 기존 반도체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물질 규명, 매장량이 극소인 희토류를 대체하는 순철 기반 영구자석 디자인, 합성플라스틱 식품포장재를 대체하는 투명필름 개발 등이다.
◇차세대 메모리 물질 특성 규명
울산대 자연과학관 나노표면물리 연구실의 김정대·김상훈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자성 메모리로 응용될 ‘Fe5GeTe2’ 물질이 일반 자성체와는 달리 육각형 원자 배열과 나선형 자성 특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진이 규명한 신자성 물질은 폴더블 화면과 같이 잘 구부러지는 전자소자에 적용할 수 있으며, 초저전력·초고속 자성 메모리 소자로도 응용할 수 있다. 기술적 한계에 직면한 실리콘 기반 반도체 메모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자성 메모리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16.836)’ 4월호에 게재됐다.
◇매장량 풍부한 순철 기반 영구자석 디자인
울산대 물리학과 에너지하베스트-스토리지연구센터의 홍순철 교수팀은 희토류 원소를 대신할 수 있는 비희토류 영구자석 소재 개발에 청신호를 밝혔다.
기존에 사용하던 희토류는 전기·전자·정보통신기기·전기자동차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수 재료이지만 매장량이 극히 적어 값이 비싸다. 또한 세계 소비량의 90% 이상 공급하는 중국이 수출량을 줄이면서 국제 자원 분쟁까지 일으켰다. 이번 연구는 매장량이 풍부한 순철(純鐵)로 만들어 이와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야금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악타 머티어리얼리아(Acta Materialia·IF: 7.656)’ 4월 1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국내외 특허 출원도 준비하고 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과제로 선정돼 진행됐다.
◇생분해되는 친환경 투명필름 개발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진정호 교수 연구팀은 목재 펄프에서 얻어진 천연고분자 셀룰로스 나노섬유를 이용해 물에 잘 젖지 않으면서도 생분해가 가능한 식품포장용 투명필름 개발에 성공했다. 식품 선도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 차단성을 높여 합성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드는 라면 봉지 등의 식품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유기고분자화학 분야 세계 학술지인 ‘카보하이드레이트 폴리머(Carbohydrate Polymers·IF:7.182)’ 2020년 12월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교육부 지원 사업 등 다양한 혁신 사업 전개
울산대는 대학 차원에서 교육부 지원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대학혁신지원사업 ▲두뇌한국(BK)21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기초연구실(BRL, Basic Research Laboratory)지원사업 ▲다부처 공동사업 등을 수행 중이다.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에는 ‘수소 모빌리티 산업기반 확충을 위한 한계 요소기술’ ‘유비퀴틴 조절을 통한 폐암제어’ ‘항암 면역 기능이 소진된 T세포 재활성화 유도’ ‘항염증 색소조절 국소약물 발굴 및 의약화학적 최적화’ 등 4개 사업이 선정되어 2023년 2월까지 해마다 5억원씩 지원받는다.
이와 함께 올해에는 교육부 지원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도 신청했다. 사업 과제는 ‘미래 모빌리티’와 ‘저탄소 그린에너지’이다. 사업에 선정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있는 ‘제1의 수소도시’ 울산에서 미래 핵심 산업이 될 모빌리티와 그린에너지 분야 연구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구교남 울산대 기획처장은 “울산대는 국내 최대 산업도시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교육·연구에 활용하고, AI융합전공 등 신설로 급변하는 산업계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대는 이와 같은 노력으로 2020-2021 세계대학평가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종합대학(국·공립대 포함) 중 1위를 차지했다. 영국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2위,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6위, 미국 US News의 세계최고대학평가에서 국내 14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세계대학 연구력평가(Leiden Ranking)에서 국내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