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유통, 친환경 사업 등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은 요즘 자신의 나이가 ’39세’라고 우기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60대지만 전남 순천에 건립할 대지 5만6558㎡(1만7138평), 연면적 30만4523㎡(9만2279평) 규모의 ‘락희만 의료융합타운’ 조성사업을 비롯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는 “한 세대를 살아 보니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즐거움과 풍요로움이 가득하다는 뜻의 ‘락희만(樂喜滿)’ 프로젝트를 통해 감명·경이·자긍심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설레는 표정이다.
의료와 문화·예술이 함께 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에 대해 백 회장은 “관현악이 흐르는 6성급 호텔로 바이오 R&D센터, 치유의 숲 등이 포함된 최고의 라이프케어센터(Life care center)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모토인 백 회장의 인생철학을 직접 들었다.
◇‘돈키호테’가 ‘거붕’이 된 이유?
백 회장의 어릴 때 별명은 ‘천연기념물’ ‘영웅본색’ ‘돈키호테’ 등이었다. 다양한 방면에서 무모한 듯하지만 꾸준하게 도전하는 그를 친구들이 “큰물에서 논다”는 뜻으로 ‘거붕(鉅鵬)선생’이라고 불렀고, 그것이 백 회장 아호이자 그룹명이 됐다. 백 회장은 “‘붕새'라는 전설 속 새를 가리키는 거붕은 한번 날갯짓에 구만리(九萬里)를 날아간다고 한다. 그 새의 날갯짓을 이 세상에 한 번 펼쳐보자는 생각으로 그룹 이름에도 썼다”며 웃었다.
그는 전남 순천에서 건국(建國) 경찰 출신인 아버지와 의료기관도 없던 시절 약방을 하며 무료로 마을 사람들 출산을 도와주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행랑어멈을 따로 둘 정도로 부유했고, 명절이면 일꾼들이 어린 백 회장을 앞장세워 여기저기에 쌀을 갖다주는 것이 일이었다.
백 회장은 “하루에 수백 명씩 동냥하러 오는 집이었지만 부모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돈과 권력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가르치셨고, 동냥하는 사람이 와도 ‘손님 오셨다’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이 때문에 부친이 선한 영향력을 펼쳤던 순천은 백 회장에게 항상 애틋한 공간으로 남아있고, 이는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정보산업 분야 최초의 교육기관 설립자에서 의료법인 운영자로
백 회장은 1980년대 오토캐드(Auto CAD) 전문 공인 교육기관인 ‘태백 컴퓨터아카데미’를 설립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오토캐드 교육을 위해 정보 산업 분야 최초의 교육기관을 만든 것이었다”며 “그때부터 최초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돌아봤다.
이후 다양한 계열사를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그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분야는 역시 의료법인 ‘거붕백병원’이다. 이곳은 1969년 미국인 선교사가 ‘거제기독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뜻깊은 병원이었다. 그러나 1999년 우연히 백 회장이 이 병원을 알게 됐을 때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는 “의사가 14명뿐인 데다 직원들 급여도 밀려 있고, 경영 상태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고 ‘이 병원을 살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백 회장 인수 당시 자산과 부채 총계가 76억원에 달했던 병원은 22년이 지난 현재 600여 명의 직원과 4000억원의 자산 가치를 지닌 대규모 의료법인으로 성장했다. 백 회장은 “거붕백병원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도 매출이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며 “한 위대한 선교사가 뿌린 사랑의 씨앗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의 사랑과 정성 속에 열매 맺은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대한민국 의료계 사상 최고의 도전 ‘락희만 프로젝트’
백 회장은 거붕백병원을 통해 의료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갔지만 한편 순천의 낙후된 의료 현실에 대해서는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의료 환경 미비로 순천에서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며 “인구에 비해 병상이 너무 적다고 평소에 늘 생각해왔다”고 했다. 그러던 그에게 허석 순천시장이 찾아와 “거제도에서 의료법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고향인 순천에서의 병원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것이 ‘락희만 프로젝트’의 시작이 됐다.
백 회장은 “순천시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3가지 불만 사항이 있었다”고 했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공간이 없다는 것, ‘골든타임’을 책임질 의료기관이 없다는 것, 또 순천시를 대표할 만한 브랜드 파워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백 회장은 ‘역대급’으로 참신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그 결과 순천 신대지구에 1조7500억원을 들여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을 건립하기로 결심했다. 신개념 의료시설과 6성급 호텔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 백 회장의 아이디어들이다.
백 회장은 “대한민국 역사상 병원 투자금 최고액은 지금까지 5500억원이라고 하더라”며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긴 하다. 순천시장에게 자금에 대해 말했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거액의 예산에는 거붕그룹 자부담도 있지만, 외부 투자금 또한 포함됐다.
완공까지 5년을 바라보고 있는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에 대해 백 회장은 “어릴 때 무모하다고 ‘돈키호테’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20~30년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꿈은 꾸는 게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는 ‘날갯짓’을 장담했다.
백용기 회장 프로필
1989 태백 컴퓨터아카데미(Auto CAD 전문공인교육기관) 설립
1991 주식회사 토보콤 설립 및 회장 취임
1993 국제라이온스협회 309-K지구 남강LC 초대 회장
1999 의료법인 거붕백병원 회장 취임
2003 주식회사 GIG 회장 취임(舊 북악파크호텔)
2005 -학교법인 거붕학원 이사장 취임
-사단법인 한민족문화협회 총재
2012 -사단법인 서울타이페이 외교클럽 회장 취임
-주식회사 GB&D 회장 취임
2018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안보자문회의 정책자문위원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은?
1000병상급 종합의료기관과 600객실 규모의 6성급 호텔 등으로 구성… ‘전남의 랜드마크’로
거붕그룹이 전남 순천 신대지구 내에 조성할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은 대지 5만6558㎡(1만7138평), 연면적 30만4523㎡(9만2279평) 규모의 1000병상급 종합의료기관과 600객실 규모의 6성급 호텔, 바이오 R&D 센터, 치유의 숲과 함께 근생시설 및 부대시설 등으로 이뤄진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완공까지 5년가량 예상하고 있다. 종합병원은 물론 문화예술 관련 시설까지 유치해 낙후된 전남의 의료 환경을 개선할 랜드마크로 만들 예정이다.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 의료관광 수요에도 부응하는 최고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지향한다.
거붕그룹에 따르면 총사업비로 1조7500억원이 투입된다. 약 600억원 세수 확대 및 2만1000여 명 규모의 새로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의 최종 목표는 미래병원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건강한 사람이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찾아오는 공간, 의료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공간, 삶의 충분조건으로서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거붕그룹은 순천시와 지난해 6월 22일 순천 신대지구 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 역시 “신대지구 ‘락희만 의료융합타운’의 성공적 건립을 위해 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붕그룹 측은 “최근 순천시 거리에서 거붕그룹의 ‘락희만 의료융합타운’ 유치를 환영하는 순천시민 단체 및 기관들의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며 “순천시민들이 지역 내 의료기관 필요성에 대해 절실히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고조된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