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패러다임이 획일화에서 다양화를 거쳐 ‘개별화’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교육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입니다. 맞춤형 학습을 가능케 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모델로 교육 혁신을 이끌 에듀테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달 초에 만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은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학생이 AI 교사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연 기자

미래 교육을 위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KDI 교수)의 구상이다. 교육계에 강한 흔적을 남긴 그는 “에듀테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AI와 같은 첨단기술이 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지금 현장은 이것이 잘 연결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래 교육’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다가오는 미래 교육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법은 무엇인지, 부모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비대면 교육 확산에 불을 지피면서 미래 교육의 일환인 ‘AI 교육’의 존재감이 급부상했다. 이 전 장관은 “이제 관건은 AI 시스템을 활용한 교육 방식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는 것”이라면서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은 과연 무엇일까. 핵심은 ‘기술을 활용해 교사의 역할을 전환’하는 것이다. AI 기반의 ‘지능형 개인 교사 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ITS)’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 학습을 제공하고, 교사는 창의 인성 지도에 집중하는 식이다.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은 개별화된 학습이 가능합니다. 교사는 AI의 도움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부담을 덜 수 있고, 그만큼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 지도에 집중할 수 있죠.”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이 학교 현장에 적용된 모습을 상상해보자. 예를 들어 학생들은 오전에 AI 교사와 기초학습을 다지고, 오후에는 인간 교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AI 수업 때는 학생들의 태블릿에 각자의 수준에 맞는 학습 과정이 제시된다. 학생들은 먼저 기본 문제를 풀고 자신의 수준을 평가받는다. 그것을 바탕으로 그 이후에는 개별 수준에 따른 문제를 풀고 피드백을 받는다.

AI 교사는 실력이 좋은 학생의 경우 난도를 빠르게 높여가며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에게는 개념을 이해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한다. 오후는 교사의 시간이다. 교사는 AI 교사에게 학생들의 학습 정보를 받고, 그 지식을 발전시키는 수업을 실시한다. AI 교사로 인해 학습 전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 인성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전 장관은 이러한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이 학습 격차 해소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학생이 AI 개인 교사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AI 교사는 사람이 구별해내기 힘든 ‘찍어 맞힌 문제’도 가려내고, 학생이 원하는 학습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반복해서 학습을 지원하기 때문에 ‘수학포기자’와 같은 학습 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 현장에서 공교육이 AI 교육의 중심축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는 2025년부터 초·중·고교에 적용되는 새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정식 도입할 방침이지만, 사교육업계는 이미 AI 기술에 사활을 걸고 에듀테크 시장을 선점해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에듀테크 기업이 사교육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에서도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듀테크 기업과 교사가 협업해 다양한 교육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은 AI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을 정당한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예산을 확대,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입장이다.

“에듀테크 산업의 발전 없이 AI 교육혁명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 공교육도 에듀테크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공교육에서 AI 교사와 같은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에듀테크 경험에 따른 새로운 교육 격차가 확대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걸까. 이 전 장관은 필수 역량으로 3L과 4C를 강조했다. 3L은 Data Literacy(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역량), Technological Literacy(컴퓨터 사고력), Human Literacy(인문학적 이해와 디자인 역량)이다. 4C는 Creativity(창의성),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ollaboration(협력), Communication(의사소통)을 가리킨다.

이 전 장관은 AI 시대에선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인간이 AI 기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지 역량’과 ‘인성’ 교육이 그 예다. 이 전 장관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를 적용하고 분석하며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 관계와 소통을 강화하는 사회정서적 학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을 실현하려면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추진만으로는 부족해요. AI 교육을 통해 한국이 세계를 리드하자는 분위기부터 형성돼야 합니다. 아래로는 교육과 에듀테크를 잇는 민간 플랫폼들이 서로 협력해서 현실적인 설루션을 제안하는 식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민간 차원에서 교육 현장과 에듀테크의 연결을 돕는 플랫폼이 많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