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45분 43초.’

때로는 추상적인 말 백 마디보다 구체적인 숫자 하나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열정 품은 타이머’(열품타) 애플리케이션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쟁자들이 몇 시간 공부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열품타의 백운천(왼쪽) 대표와 유송이 엔지니어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하루 14시간 이상, 주 6일을 쏟아붓는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열품타는 출시 2년여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한 앱으로 성장했다. /이신영 기자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이 앱에 지난 2019년부터 2년간 280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일 사용자만 해도 24만명에 달한다. 최근 만난 열품타의 공동 운영자인 백운천(34) 대표와 유송이(28) 엔지니어는 “사용자가 많이 모일수록 시너지가 큰 앱”이라면서 “수험생들이 자발적으로 소문을 내준 덕에 별다른 홍보 없이도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2년 대학 연합 IT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재작년 친한 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하던 도중 ‘수기가 아닌 온라인으로 공부 시간을 기록하고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누군가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마라톤처럼 공부도 다른 사람과 같은 목적지를 향해 뛸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백 대표)

하루 14시간 이상씩 석 달을 공들인 끝에 열품타가 세상에 나왔다. 완성된 앱에는 공부 시간 측정뿐 아니라 고입·대입·공무원시험 등 시험 카테고리별로 공부 시간 랭킹을 확인하고, 스터디그룹을 꾸릴 수 있는 기능 등이 담겼다.

유 엔지니어는 “품질 향상을 위해 수험생들의 피드백에도 늘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는 개선점이나 이용 후기를 상세하게 적은 이메일이 매일 80통씩 쏟아진다. 사소하지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용돈을 모아 사탕이나 쌍화차 등의 기프티콘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다.

유 엔지니어는 “이메일에는 일일이 답장을 해준다”며 “이용자들과 소통하면서 부족한 기능도 보완하고 친밀감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출시 이후 꾸준히 교육 앱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는 열품타. 그 덕에 통장에 돈이 제법 쌓였을 것 같지만, 앱으로 수익을 얻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혹여나 공부하는 데 방해될까 봐 올 2월까지 앱에 광고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은 앞으로도 수험생의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화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콘텐츠 내용을 본인들의 언어로 번역해달라는 외국인이 많아요. 국가별로 다른 시험 종류를 반영해 카테고리를 나누고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에요.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수험생들의 동기 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