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겠지만 제주도에도 논농사 지역이 몇 곳 있다. 그중 한 곳이 서귀포시의 월평마을이다. 월평마을은 제주에서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난하고 바람이 적다. 그런 곳에서 논농사만 지으랴 싶다면, 정답이다. 월평마을은 논농사와 고구마, 보리 등의 농사를 짓다가1980년대 초반 특수작물로 손을 뻗어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아열대 농사와 화훼농사(백합, 거베라, 카네이션)에 뛰어들었다. 한때는 ‘백합 하면 월평, 월평 하면 백합’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훼단지로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하지만 마을에 위기가 찾아왔다. 주민들이 고령화되면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화훼작목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1970년대 노지감귤농사를 지어봤던 월평마을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라봉을 비롯해,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카라향 등의 만감류 농사로 전환했다. 과거에 그랬듯이 상황에 맞춰 빠르게 작목전환을 함으로써 마을의 활로를 찾은 것이다.
이러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생존전략을 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책 한 권에 담았다. ‘서귀포 월평마을 만감 이야기’. 책에는 마을이 어떻게 이런 변신을 주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었는지, 마을의 역사문화자원인 주민들의 경험과 기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만감류 수확에 도전한 농민부터 농사를 잘 짓기로 소문난 주민 등 월평마을의 주 생업인 만감류 농사에 종사해온 6명의 경험과 지식이 들어있다. 중심 내용은 △자신만의 농사비법 △농사 철학 △재배 과정 등 만감류 농사를 짓는 농부의 삶과 철학이다. 월평마을 도지재생현장지원센터 박진희 센터장은 “서귀포 월평마을 만감 이야기가 만감류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월평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만감류를 재배하며, 만감류 농지가 농경지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생산되는 만감류는 고품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월평마을 만감류는 최소 당도 13브릭스(Brix, 당도표시)로 일반적인 제주 감귤의 당도 10브릭스에 비해 높다.
만감류 수확은 11월 황금향을 시작으로 12월과 1월 한라봉을 거쳐 3월 카라향으로 이어진다. 월평마을 만감류는 월평 정보화마을 사이트 내 마을장터로 접속하면 구매가 가능하다. 한편 제주도 여행 시 월평마을을 찾는다면 여름 스노클링 명소인 월평포구와 신비감을 자아내는 진곶내 등을 아름다운 월평 바다와 함께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