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세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김석화 성형외과 교수와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채규영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상희 산부인과 교수, 김태곤 소아신경외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팀이 구순구개열 치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분당차여성병원 제공

“성형외과 수술만으로 구순구개열(口脣口蓋裂)이 완치될 수는 없습니다. 성형외과 수술은 치료의 일부일 뿐입니다. 구순구개열 치료에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모든 과정을 부모가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전문 지식도 부족하고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지칩니다. 병원이 함께 치료 계획을 짜고 부모를 서포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다학제(多學際) 진료’입니다. 분당차여성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풍부한 교수들이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한 환자를 공동으로 진료합니다.”

분당차여성병원 성형외과의 김석화 교수는 신생아 구순구개열 치료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권위자다. 서울대병원에서 30년 동안 3000례 이상의 수술을 한 그는 최근 분당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구순구개열 진료를 시작했다.

구순구개열은 윗입술이 벌어지거나(구순열) 입천장이 벌어진(구개열) 경우를 말한다. 윗입술과 입천장이 모두 개방되면 보기 흉할 뿐 아니라 구강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에 분당차여성병원은 선천성 기형인 구순구개열의 통합적 치료를 위해 다양한 과가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MDT)’를 최근 도입했다. 성형외과의 김석화 교수를 중심으로 산부인과의 정상희 교수, 소아청소년과의 채규영·김혜림 교수, 소아외과의 이종인 교수, 소아신경외과의 김태곤 교수,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의 김소영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의 이상혁 교수, 재활의학과의 서미리 교수, 치과의 정승원·황유선 교수가 구순구개열 산전(産前) 진단부터 출산, 산후 수유와 수술, 재활치료까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의료진은 다학제 진료로 구순구개열 완치율 100%, 부작용 0%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김석화 분당차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구순구개열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뼈와 근육부터 탄탄하게

김석화 교수는 “구순구개열의 갈라진 입술은 한 번의 수술로 꿰맬 수 있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입술주변이 변형될 수 있으므로 수술을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구순구개열 수술 시에는 턱뼈의 정상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각 기관이 정상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뼈와 근육의 구조와 기능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구순구개열은 관련 지식이 없는 부모가 해결하기 어려운 치료다. 전문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은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윗입술과 잇몸, 입천장이 갈라져 있고 입과 코로 통하는 구멍이 열려 있는 상태의 구순구개열은 빨기, 씹기, 말하기, 듣기, 삼키기, 숨쉬기, 표정 짓기 등에 장애가 생겨 출생 후 수유가 힘들다. 입천장 수술 후에도 말할 때 콧소리가 나는 언어장애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또 치아가 가지런하지 못한 부정교합이 나타나고 중이염에 쉽게 걸려 청력저하의 위험도 있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숙련된 의료진의 환아 성장에 맞춘 단계별 접근과 전문성은 치료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 분야 전문의 맞춤형 진료

분당차여성병원 각 진료과 의료진은 구순구개열 치료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산전 진단부터 수술까지의 계획을 세운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산전 진단을 통해 출산 전 산모와 환아 상태를 확인한다. 출산 후에는 입천장이 갈라진 환아의 수유 상담과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산모의 불안, 우울에 대한 예방적 진료를 실시한다.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는 고막튜브 삽입술로 중이염을 치료하고 치과는 구순구개열 치과 교정과 악정형 치료, 얼굴 뼈 성장과 치아 관리 등을 한다. 수술 후 재활의학과에서는 언어·인지기능 평가를 통해 정상적 언어발달 치료를 진행한다. 성형외과에서는 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해 환자 만족도를 높인다. 김 교수는 생후 2~3개월 구순열 수술 치료에 주력하며 안면기형 등 난도 높은 수술도 맡는다.

김 교수는 “생후 12개월에 구순열과 구개열 수술을 받은 아이가 18세 무렵에 입술 모양이 변하는 문제를 겪으면 부모는 성형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치과 등을 전전하고는 했다”며 “이에 부모 입장에서 진료하는, 국내 최초의 ‘시스템 다학제’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해 적절한 수술과 언어치료,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외형이나 기능적 문제없이 완치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맞춤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분당차병원은 2016년 췌담도암 다학제 진료를 시작으로 암센터뿐 아니라 기억력센터, 난임센터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평균 5개 진료과 7명의 교수가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