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리니지, 아이온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씨는 최근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엔씨의 ‘자연어 처리(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과 KB 증권, 디셈버앤컴퍼니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해 AI가 자산 관리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AI 프라이빗 뱅킹(PB)’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AI가 문장 100% 직접 만들어 기사 작성
엔씨가 보유한 NLP 기술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지난 4월에는 AI 기자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머신러닝 기반 AI 기술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기자로는 국내 최초다. AI가 일기예보와 한국환경공단의 미세 먼지 예보 자료를 파악해 스스로 하루 3번 기사를 작성해 포털에 올린다. 기존 ‘로봇 기사’는 증시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미리 만든 템플릿에 넣어 만드는 방식이었지만, 엔씨가 개발한 AI 기자는 머신러닝 기반 자연어 처리(NLP)기술을 습득해 문장을 100% 자체 생산해 낸다. 엔씨는 기자 업무를 돕는 AI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AI가 기사 내용을 파악해 관련 사진을 자동 추천하는 기술, 특정 이슈의 흐름을 파악해 타임라인에 따라 자동으로 연표를 생성하는 기술 등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AI가 야구 하이라이트 편집해 서비스 제공
AI가 다양한 야구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PAIGE)’ 서비스도 엔씨의 자랑이다. 경기가 끝나면 AI가 직접 영상을 편집해 제공한다. 전체 경기 요약 영상, 3분 하이라이트, 홈런 모아 보기, 득점 모아 보기 등 다양한 주제 영상을 AI가 편집해 제공한다. 사람이 직접 편집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AI는 경기가 끝나고 5분 내외 짧은 시간에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편집해 제공한다. 페이지는 NLP 기술을 통해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이용자가 “어떤 선수가 홈런을 쳤어?”라고 대화체로 질문하면, 페이지는 질문 요지를 파악해 해당 경기의 홈런 기록과 영상을 찾아서 제공해 준다. 상황에 따라선 AI가 먼저 이용자에게 말을 걸어 기쁨, 아쉬움 등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음성 합성 AI 기술로 게임 캐릭터 감정 표현도 섬세하게
엔씨는 AI 기술을 음성 합성에도 접목시켰다. 자체 개발한 뉴럴 보코더(Neural Vocoder) 기술 ‘VocGAN’은 저명한 음성인식·합성 분야 국제학회인 ‘인터스피치 2020’ 국제학회에 게재 승인되기도 했다. 뉴럴 보코더는 고품질의 합성음을 생성하는 핵심 기술이다. AI 음성 합성 기술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딥러닝을 통해 음성 데이터를 축적해 캐릭터의 감정 표현과 발화 스타일을 섬세하게 구현한다. 성우를 대신해 게임 속 캐릭터 음성뿐 아니라 콘텐츠 홍보영상 내레이션으로까지 사용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아예 게임 속에 AI를 적용한 몬스터를 투입해 더욱 재미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전투에 임했다가 패배하면 자원을 주는 역할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AI가 스스로 판단해 역할을 바꾸는 것도 가능해 진다. 예를 들어 리니지2M에 등장하는 한 보스 몬스터는 전투 지역에 들어온 캐릭터가 속한 세력(혈맹) 중 어느 편이 우세한지를 스스로 판단해, 강한 쪽에 힘을 실어주고 약한 쪽에 더 강한 공격을 가하는 등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지난 2011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한 엔씨는 현재 AI 센터와 NLP 센터 산하에 5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연구 인력만 200명에 달한다. 엔씨 장정선 NLP 센터장은 “앞으로도 연구 성과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AI 기술의 가능성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