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즐겨 찾는 SNS에서는 일진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캡처

‘일진’자만 붙으면 유행이 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상황이 10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일진은 강제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 또는 무리를 가리킨다.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최근 들어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 단어만 붙으면 인기다.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는 일진 메이크업이다. 검은색 아이라이너로 눈꼬리를 길게 빼주고 쌍꺼풀과 눈 밑 애교살도 강조해 그려넣는 게 일명 ‘세 줄 아이라인 화장법’으로 불리는 일진 메이크업의 특징. 입술을 새빨갛게 칠하고 튀는 색상의 컬러 렌즈까지 착용하면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본인이 모범생인지, 일진인지 확인하는 ‘일진 테스트’나 일진이 즐겨 입는 옷을 따라 입어보는 ‘일진 패션’ 콘텐츠도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일진의 말투, 행동을 흉내내는 ‘일진 롤플레이(역할극)’까지 등장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콘텐츠에 대해 풍자의 의도가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중학교 3학년 권모양은 “보통 SNS에서는 웃기거나 신기하거나 비꼬고 싶은 사람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흉내 낸다”면서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행실이 올바르지 않은 일진은 비꼬고 싶은 부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진 메이크업의 경우 다른 사람 눈에 최대한 세 보이기 위해 일진들이 하는 화장을 두드러지게 표현해 비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이 단조로워지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된 것도 일진 콘텐츠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일진이 되고 싶다는 욕망의 표출이라기보다는 넘치는 온라인 게시물 속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진의 강한 자기표현 방식을 차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집단에 동조하려는 욕구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다”면서 “그 결과 남들보다 진하게 화장을 한다거나 더 짧은 치마를 입는 식으로 자극적인 일진 콘텐츠를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학생은 ‘디테일’을 살린다며 담배를 구해 피우는 시늉까지 한다.

한편에서는 누군가의 아픔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 광명에 거주하는 고 2 김모군은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한 친구들은 일진 콘텐츠를 보면서 아픈 기억을 또다시 떠올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