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숙면을 하면 온종일 쌓인 피로가 해소된다. 나쁜 감정이 흐릿해지고 머릿속에 복잡하게 뒤엉켜 있던 정보가 정리되기도 한다. 낮에 햇빛을 충분히 쐬면 깊은 잠에 드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면서 햇빛을 보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면서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잠이 부족하면 면역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수가 감소한다. 멜라토닌은 수면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뇌 호르몬이다. / 123RF Korea

◇수면 부족, 면역력 약화로 이어져

멜라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뇌 호르몬이다. 아침에 일어나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서 뇌가 깨어난다. 저녁에는 멜라토닌이 나와 수면을 유도한다. 나이가 들수록 분비 기관인 송과체(松果體)가 퇴화하면서 멜라토닌 분비도 줄어든다. 이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이 많다.

수면은 면역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이 부족하면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NK세포와 CD4+ T세포 수가 감소하면서 면역력이 약해진다. 실제로 A형 독감과 A형 간염 백신을 맞고서 충분한 수면을 하지 않은 사람은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이유진 교수는 “수면 부족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약화해 감염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며 “수면과 면역-내분비 시스템이 감염과 관련된 다양한 생리 과정을 조절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멜라토닌 부족하다면

멜라토닌은 항(抗)염증·항산화 분자다. 바이러스나 기타 병원균에 의한 급성폐손상(ALI)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혈관 투과성이 높고 불안감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며 수면 질(質)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멜라토닌이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치료제가 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분비될 경우 면역력이 강화돼 코로나19 예방에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햇볕을 쬐면 활력을 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약물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해외에서는 멜라토닌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식품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의사 처방을 받으면 전문의약품 멜라토닌을 구입할 수 있다. 멜라토닌 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는 대표 약물로는 불면증치료제(멜라토닌 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