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및 워라밸 강화를 위한 전국민공감 프로젝트 ’2020 아이가 행복입니다' 콘퍼런스의 ‘육아맘을 위한 행복한 시간’에서 가톨릭대 의대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가 ‘우리 아이 건강하게 키우기’를 주제로 강의를 선보여 부모들의 호응을 얻었다.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경험과 지식이 모두 풍부한 염 교수는 “최근 젊은 부부들은 1~2명만 낳아 건강하게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관리에 특히 관심이 많다”며 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성장 관련 검사부터 비만, 성인병 관리 유전자 검사에 이르기까지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늘어난 ‘체중 증가’… 내장지방의 위험성은?
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때문에 오는 아이들이 늘었다”며 “특히 허리둘레가 많이 늘어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체중 증가에 따른 간염(비알코올성), 제2형 당뇨, 소아비만 등이 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인 못지않게 내장지방이 쌓인 아이들이 늘고 있다. 염 교수는 “환자들의 자료를 보면 2009~2013년까지는 소아 환자에게서 피하지방 쌓이는 속도가 빨랐지만, 2013~2016년 이후에는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과다한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내장지방에서는 나쁜 호르몬이 나와 간 기능 저하와 당뇨를 유발한다. 염 교수는 “매일 술을 마시고 회식하는 40대 이상 중년의 뱃살을 찍은 듯한 사진이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서 속출하고 있다”며 “비만이 심한 아이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맞벌이 부부 슬하에 태어난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귀가시간이 늦다 보니 아이들과 부모님이 야식을 하면서 살찌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장지방과 소아비만이 심해지면 대사증후군을 불러온다. 염 교수는 “중성지방 수치,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 공복혈당, 허리둘레, 혈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5개 항목 중 3개 이상에서 문제가 있으면 소아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다”며 “이것으로 진단되면 몇 년 내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 “100세 시대인데, 100년의 10분의 1도 살지 않은 아이들이 성인병을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만 못지않은 걱정, 저신장&저체중의 해결법은?
염 교수는 “전체 평균에서 상위 50% 내에 들지 못하면 보통 부모들이 저신장, 저체중이라고 인식한다”며 “가장 흔한 검사가 ‘성장판 검사’인데 과거에는 성장판 부분의 엑스레이를 찍어서 얼마나 클지를 의사가 주관적으로 예측했지만, 이제는 손·발목의 엑스레이를 찍고 정확한 데이터를 종합해 만 18세 때의 키를 객관적으로 예측한다”고 검사 기술의 변화를 설명했다.
성장판 검사의 결과에서는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 여부와 뼈 나이가 중요하다. 당연히 성장판이 열려 있고 뼈 나이가 어리면 가장 좋지만, 실제 나이보다 뼈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염 교수는 “식이분석 및 식이처방 설문지를 통해 환자가 하루 종일 얼마나, 어떤 영양소를 어떤 비율로 먹고, 비타민과 철분 섭취량은 어떤지를 검사한다”며 “저신장이 아니라 저체중의 경우 모발 검사(미세영양불균형검사)를 시행해 미네랄의 균형 상태가 잘 맞는지를 알아본다”고도 말했다.
성장판 검사보다 다소 덜 알려진 검사로는 ‘오메가 지표 검사’가 있다. 염 교수는 “지방이라고 해도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양질의 지방을 많이 흡수하면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며 “혈액 검사를 통해 불포화지방(양질의 지방)과 나쁜 포화지방의 섭취를 각각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검사한다. 요즘 아이들이 등 푸른생선과 견과류 등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 오메가 지표가 미달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후천적 요인보다 중요한 ‘유전’
염 교수는 또 “유전적인 요인이 있으면 같은 체중 증가라 해도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러한 유전적 요인을 판단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소개했다. 유전자 검사는 크게 어떤 병에 걸릴 수 있는 ‘소인’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목적으로 시행된다. 비만, 키, 당뇨, 심장 질환 등에 유전적 소인이 있는지를 검사할 수 있다. 소인이 있으면 30세 이후에 문제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염 교수는 “당뇨병의 경우에도 과식과 단 음식 섭취가 당뇨병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크지만, 사실 더 큰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 5세부터 키와 체중을 신경 써서 관리하고, 평균치와 너무 차이가 크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