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뒤집기’를 공언해온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한미 관계와 대북 정책을 비롯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동북아 안보 환경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제11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선 바이든 캠프의 외교·안보 브레인들뿐 아니라, 미 외교 정책의 산실 역할을 해 온 브루킹스연구소와 헤리티지재단 등 정상급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바이든 시대의 외교·안보 정책을 조망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한다.

11회 ALC 눈여겨볼 세션들

‘워싱턴 싱크탱크의 전망: 대선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 세션에선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이 북한 문제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진단한다. 퓰너 창립자는 트럼프 인수위원회 고문을 지낸 미 보수 진영의 거물이고, 햄리 소장은 오바마 정부 때 국방장관 물망에 올랐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교착, 미국의 반중(反中) 캠페인 압박 등으로 트럼프 시대의 한미 관계는 여러 분야에서 삐걱댔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기로에 선 한미 관계’ 세션에선 최강 부원장의 사회로 바이든 시대의 한미 관계를 전망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수립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해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미 테리 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이 패널로 나선다.

브루킹스연구소가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공동 주관하는 ‘한미 외교와 북핵 문제의 미래’ 세션에는 한미 조야(朝野)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세 차례 미·북 정상회담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북한·북핵 문제의 해법을 논의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폴랙, 에번스 리비어,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과 함께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연사로 나선다. 한국에선 김숙 전 주유엔대사가 사회를 보고 한민구 국가전략연구원장(전 국방부 장관), 김병연·전재성 서울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한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중시해온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낭만적 삼각관계: 한미일 협조체제’ 세션에선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와 요시히데 소에야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의 돌파구와 한·미·일 안보 협력의 복원 해법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국내 대표적 일본통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본다.

이번 ALC를 관통하는 주요 의제는 미·중 갈등이다. 트럼프 행정부 ‘반중 캠페인’의 토양이 된 ‘아시아 회귀 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외교 브레인으로 불렸던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의 작품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그가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전망한다.

헤리티지재단이 주관하는 ‘차이나코드: 숫자로 분석하는 중국’ 세션은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를 어떻게 신뢰하느냐’는 근본적 의문에서 출발했다. 워싱턴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월터 로만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장의 사회로, 인공위성 사진 등 각종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짜 통계’로 분식된 중국 경제의 실상에 접근한다.

전통적으로 비(非)동맹 외교 노선을 고수해온 인도는 최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를 주도하는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 장관은 이번 ALC에서 인도·중국 관계의 미래를 얘기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사회를 본다.

중국 외교계의 원로로 꼽히는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서 얘기한다. 미국 주도의 반중 캠페인과 이에 적극 동참 중인 인도·일본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아세안의 미래, 그리고 한국’ 세션에선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아세안 국가들의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의 사회로 필립스 버몬트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장, 옹켕용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대학원 수석부이사장 등이 패널로 참석한다.

애틀랜틱카운슬이 주관하는 ’2020 미 대선 이후 세계 속 미국 역할' 세션에선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미국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이든 시대 미국의 모습을 예측해본다. 미 국방부에서 유럽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이언 브레진스키 선임연구원, 크로스토퍼 프레블·오미연 국장이 패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