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증시는 계속 활황입니다. 이에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나 한국은행이 코로나 경제 위기를 막으려고 돈을 많이 풀었고 그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맞는 설명일까요.
코로나 이후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한국은행이 푼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추리'를 시작하면 좋을 듯합니다. 돈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확인하느냐고요?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매월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과 중앙은행이 푼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집계해 발표합니다.
중앙은행은 최초로 돈을 발행한 후 은행들에 빌려줍니다.(개인에게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은행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은 돈을 '가계와 기업'(민간)에 대출합니다. 민간은 이 돈에 대해 이자를 내고 이 이자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합니다. 기업은 투자하고 가계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업에 원재료를 팔거나 임금을 받은 사람 또는 개인 간 거래에서 부동산이나 주식을 판 사람도 생기겠지요. 이들은 이 돈을 받아서 이 중 대부분을 예금 형태로 은행에 다시 맡깁니다. 이런 순환 과정을 통해 '돈'은 계속 불어납니다. 경제학에선 이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순환 과정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돈은 무한대로 늘어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이 무한대로 늘어나지는 않지요. 왜냐하면 지급준비금(은행이 중앙은행 금고에 의무적으로 쌓아두어야 하는 돈의 규모)과 이자율이라는 두 가지 제한 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빌려줘서 중앙에 예치해야 하는 지급준비금 의무를 맞출 수 없거나, 민간이 은행에서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가 너무 높아서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너무 크다면 대출이 늘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지급준비금 예치가 충분하거나 금리 수준이 낮아진다면 수익 창출 기회가 더 많아지므로 대출이 쉽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증시가 오르는 이유가 '중앙은행이 푼 돈이 증시로 흘러들어서'일까요. 한국은행이 최근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금리를 대폭 낮추고 통화 공급도 크게 확대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최근 늘어난 통화량을 분석해보면 한국은행의 통화 공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른바 '본원통화'도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민간의 대출 확대 결과로 증가한 파생통화가 이보다는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본원통화는 28조4000억원 늘어난 반면, (본원통화와 신용창조로 늘어난 파생통화 모두를 합친 광의의 통화인) L통화는 237조5000억원 늘어났습니다. 시중에 늘어난 '돈' 중에 한국은행이 푼 돈의 비중은 아주 조금이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지난 6월 말 현재 L통화의 규모는 5464조8000억원이지만, 본원통화는 220조2000억원으로 L통화 전체에서 본원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합니다.
즉,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 증시가 상승하였다는 설명은 무리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푸는 효과보다 '민간이 금리가 낮아짐으로 인해 주식 매입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보고 이와 관련한 대출을 많이 받은 결과, 신용창조가 확대(=파생통화 증가)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