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을 했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자 민주당에선 통합당 책임론이 나왔다. "통합당이 집회를 방조했다" "방관한 정도가 아니라 독려했다"고 했다. 그 근거를 묻자 "집회에 참석한 의원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 이번 집회에는 야당 지도부가 불참했다. 지금 야당 지도부는 전 목사와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소속 의원 103명 중 한 명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집회 책임을 야당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현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457명으로 폭증세다. 집회 참석자 추적이 시급하다. 코로나 잠복기인 이번 주말까지 집회 참석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임하지 않으면 더 악화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집권당 지도부가 이런 기본 책무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전 목사와 야당을 엮어서 정치적으로 공격할 생각만 한다. 집회 참석자를 범죄자처럼 모는 낙인 찍기는 감염자를 숨게 만들어 방역을 어렵게 하지만 그런 걱정 따위는 머릿속에 없다. 야당을 비난할 호재가 왔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광복회장 김원웅씨가 광복절 기념사에서 반일(反日) 프레임을 들고나오자 여당 대표 경선 후보들은 "광복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 "기념사를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집권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고,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이 '민족 반역자'이며,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에 묻힐 자격이 없다는 김씨 말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참사 등 국정 실패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늘 써먹던 '반일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23번이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먹혀들지 않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문"이라고 했다. 집권 3년 반이 지나도 전 정권 탓인가. 경복궁이 무너지면 대원군 부실공사 탓이라고 핑계 댈 것이란 소리가 우스개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이번 수해로 집중 피해를 본 섬진강 인근 주민들은 "폭우 때 집중 방류로 인한 100% 인재(人災)"라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댐 수위를 미리 낮춰두는 것이 홍수 대책의 기본 중 기본인데 환경론자들이 장악한 정부 물 관리팀이 장마 끝난 후 녹조 해소에 쓰려고 댐에 물을 가둬뒀던 것이 화근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수해로 민심이 나빠지자 수해 대책 강구가 아니라 4대강 사업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환경부는 이틀 만에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고했다.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을 파내 물을 최대한 많이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게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상식이다.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빠진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환경부가 상식을 왜곡하며 수해마저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

정무수석은 신임 인사차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을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떠봤다가 반응이 시큰둥하자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했으나 야당이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을 이런 식으로 제안하나. 지나가듯 툭 던져 보고는 야당이 걷어찼다고 한다. 진정성이 있으면 이렇게 했겠나.

집 가진 사람에겐 분노를, 집 가지고 싶은 사람에겐 절망만 안겨준 부동산 대책, 집권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범죄와 정권의 감싸기, 권력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사기꾼, 범죄 피의자와 공모한 '사이비 검찰 개혁'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일만 벌이고 있다. 국정이 잘못되면 무엇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근원을 찾아내 고치는 것이 정도(正道)다. 이 정권은 그 정도를 걸은 적이 거의 없다. 전 정권 탓, 토착 왜구 탓, 야당 탓과 같은 정치 싸움으로 국면을 바꿀 궁리만 한다. 국정엔 무능한데 정치 술수는 뛰어난 사람들이 나라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