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디지털장관 집무실은 매주 수요일 오후 문을 열어둔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원칙은 둘이다. 대화는 30분 이내로만(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대화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한다(사적인 민원을 방지하려고). 매주 '집무실 방담'을 하는 이는 애플 등 실리콘밸리 회사들에 조언을 해온 천재 해커 출신 오드리 탕(39)이다. 그는 최근 Mint와 화상 인터뷰에서 "진짜 좋은 아이디어는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코로나와 맞서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 대부분은 시민이 먼저 냈고, 정부는 이를 증폭시켰을 뿐이다"라고 했다.

대만은 세계에서 코로나 방역을 가장 잘한 나라로 꼽힌다. 확진자 480명 선에서 바이러스를 통제했다. 단순히 감염자만 적은 게 아니다. 마스크 배급제, 마스크 실시간 재고 앱을 제작해 한국 등 여러 나라에 이를 전파한 나라도 대만이다. 정치적 특수성 탓에 WHO(국제보건기구)에 가입조차 못 하는 이 나라는 어떻게 코로나에 압승했을까. 탕 장관은 "국민의 집단 지성을 활용했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활발히 토론하며 프로그램을 완성해가는 해커들의 크라우드(crowd)형 작업 방식을 코로나 격파를 위한 작전 수립에 도입했다는 얘기였다. 탕 장관으로부터 들은 '코로나 해킹' 이야기다.

―마스크 앱은 한국 국민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배급제를 시행하고 나서도 초기에 생산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혼란이 컸다. 그때 하워드란 이름의 한 시민이 가족과 친구를 위한 일종의 '마스크 그룹 채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약국엔 마스크가 있어' 같은 간단한 정보를 올리는 방이었다. 이 채팅방이 후일 마스크 재고 앱으로 진화했다."

―간단한 채팅방과 앱은 상당히 수준이 다른 듯한데.

"그렇다. 이 변환 과정을 정부가 도왔다. 하워드가 만든 서비스의 인기는 폭발적이어서 구글 서버 용량을 점점 더 많이 잡아먹었다. 그 결과, 하워드는 도저히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금액의 청구서(2만5000달러)를 받아들 지경이 됐다. 하워드는 비용 때문에 서비스를 지속 못 한다고 공지했고 사용자들은 난리가 났다. 그 사용자 중 한 명이 나였다. 나는 총통에게 연락해서 '지금 정부가 이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통은 '당장 도와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최고급 프로그래밍 인력과 실시간 약국 정보, 그리고 돈이 투입됐다. 하워드 채팅방은 이렇게 실시간 마스크 재고 앱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당신도 앱 제작에 참여했나.

"그렇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 아이디어가 없었으면 이 앱이 나오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나는 정부가 정책을 하달하는 방식이 아닌, 시민 사이의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P2P(peer to peer·개인 간)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민국(民國)'이 그런 것 아닌가."

―시민 아이디어를 어떻게 모으나.

"일단 많이 만난다. 얼마 전 대만에 사는 한 독일인이 내 방에 찾아왔다. 대만 정부는 편의점 ATM을 통해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캐시백 형식으로 지급하는데, 이 돈을 자기는 특정 시설에 기부하고 싶으니 이를 좀 쉽게 해달라는 아이디어였다. 정부는 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기부처별로 7자리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ATM에 이를 입력하기만 하면 기부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나는 오늘 아침 ATM에서 '5942140'을 입력했는데, 이주노동자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돈이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대만 코로나 방역에 큰 역할을 한 마스크 재고 앱. 탕 장관이 프로그래밍에 참여했다.

탕 장관 IQ는 180이라 알려졌다.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그게 중요한가. 인터넷 시대엔 모두가 IQ 180"이라고 했다. "IQ라는 게 뭔가. 그냥 패턴을 잘 알아채는 능력 정도다. 그냥 컴퓨터로 하면 되는 기술이다. IQ가 중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가.

"많은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유머라고 생각한다. 대만의 모든 장관에겐 멘토가 있다. 모두 35세 이하 젊은이들이다. 이 집단은 정말 기발한 생각을 많이 낸다. 유머는 왜 또 중요하냐고? 심각한 표정을 한 사람들이 모인 세상에선 새로운 아이디어가 증폭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만 정부의 코로나 캠페인 원칙은 '루머가 아닌 유머'다."

대만 정부 페이스북에 가면 쑤전창 행정원장이 엉덩이를 흔드는 이미지가 보인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 모두 엉덩이는 한짝이잖아요. 휴지 사재기하지 맙시다.'

―해커로서 정부를 위해 무슨 일을 더 하고 싶나.

"노노! 난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국민 뒤에서 일한다. 시민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면, 우리는 시민을 이기려 하는 대신 시민에 합류해버린다. 시민을 향한 정부의 극단적 개방성(radical openness)을 증폭시키는 것, 그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