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지난달 말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는 임대차 2법을 과속 날림으로 처리했을 때 우려됐던 전·월세 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법 통과 이후 2주일 사이 서울의 전세 매물은 19% 감소했다. 중랑·은평·구로·강북구의 전세 매물이 30~40% 급감하는 등 서민·중산층의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 새 아파트 단지에선 향후 4년 전세금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전셋값이 아파트 분양가를 웃도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전셋집 품귀에 신혼부부를 비롯한 사회 초년생들은 살 집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규제법이 도리어 주거 취약층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부 공인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이번 주에도 0.02% 올라 1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KB국민은행이 작성하는 민간 통계로는 무려 0.5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7·10 대책 이후 서울, 특히 강남 4구는 뚜렷하게 상승폭이 축소됐다"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 역시 현실과 정반대다. 보유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고수하면서 지방 아파트 가격 하락세는 계속되는 반면 서울 강남 3구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59주째 상승세를 이어가 평균 전셋값이 5억원 선까지 올랐다. 1년 사이 3500만원이나 올라 도시 근로자 가구 연소득의 절반을 넘어섰다. 먹고살기 버거운 서민이 이런 목돈을 어떻게 마련하나.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전세금을 끼고 '갭 투자'를 했기 때문에 월세 전환이 힘들 것이라 설명해왔지만, 집주인들이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전세금 인상분만 월세로 돌리는 반(半)전세로 전환하면서 세입자 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8월 중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반전세 비율이 12.5%로 7월(9.7%)에 비해 3%포인트가량 급증했다.

정부의 무능과 독주에 질린 국민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응답자 65%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택 임대료는 66%가, 집값은 58%가 "계속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지율 떨어졌다고 정책을 뒤틀면 더 위험하다"며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엔 집값이 잡힐 것"이라며 정신승리 식의 희망 회로만 돌리고 있다.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정책이 어떻게 효과를 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