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시인

불교의 형상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습니다. 천수천안(千手千眼) 부처님 그림입니다. 몸은 하나인데 손 1000개, 눈 1000개입니다. 1000은 한계를 무너뜨리고 경계가 없는 숫자입니다. 몸 하나에 거대한 힘과 능력, 의지, 도전이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 그림을 책상 앞에 붙여놓고 연약하고 흔들리고 우울하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나약한 정신을 다잡습니다. 그렇게 천수천안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가능할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천수천안의 마음은 우리 삶을 사랑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과연 남은 인생 제가 만해 선생님의 '님의 침묵' 같은 시집을 남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이 수상이 제가 만해 선생님과 같은 세계로 몇 걸음 다가서는, 시 정신을 불사르는 수준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인생에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장마 폭우도 있었고 불난리도 있었습니다. 잿더미 위에 피어나는 풀포기 같은 기운으로 살겠습니다. 1000개의 손과 눈의 가능성으로 열심히, 차분히, 성실히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