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소설가

초청장을 받고는 기뻤습니다. 식순에 '수상 소감'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상금도 주면서 소감도 안 시키다니, 이 상을 주관하는 분들은 진보적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이 났었는데 수상 소감을 발표하라니 당황스럽습니다(웃음).

저는 여든한 살이 되도록 흔들리며 살아왔습니다. 정체성도 없고 바람 부는 들판의 키 작은 풀처럼 흔들렸습니다. 철이 들면서는 제게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흔들렸습니다. 가난 때문에 흔들렸습니다. 커서는 정치적으로 시달림도 받았습니다. 평생 줏대 있게 살아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만해 선생은 66년을 사시면서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시대의 중앙에 딱 버티고 서서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가는 담력을 가지셨습니다. 독립투사로서도 성공했고, 시인으로도 성공했고, 스님으로 성공했습니다. 이런 분의 이름을 단 상을 타게 된다는 것은, 일생을 흔들리며 살아온 제가 받는다는 것은 상당한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 이 영광스러운 상을 받았으니 앞으로는 과연 저도 줏대 있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 보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