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고유민씨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

네이버가 7일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여자 배구선수 출신 고(故) 고유민(25)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악성 댓글이 거론되면서 스포츠계를 중심으로 ‘스포츠 뉴스 댓글을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나오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날 자사 공식 블로그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최근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뉴스'에서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이달 내 스포츠뉴스 댓글 중단"… 재개 가능성은 열어둬

네이버는 먼저 이달 안에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또 동영상 등 다른 영역에서는 별도의 준비를 해 추후 공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경기 TV 생중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채팅인 '라이브톡'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악성 댓글을 걸러낼 수 있는 'AI 클린봇 2.0'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네이버는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의 재개 가능성에도 여지를 뒀다. 네이버는 "현재 스포츠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추가 개발 중"이라며 "댓글이 중단되는 동안 이를 고도화하고, 그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겠다"라고 했다.


◇고유민, 생전 마지막 인터뷰서 "악플 보면 운동 하기 싫었다" 눈물의 호소

앞서 고유민은 지난달 30일 오후 9시 40분쯤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경찰서는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춰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유민은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으로 슬럼프에 빠졌고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가 지난 3일 고유민이 눈물을 흘리며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면서 스포츠 뉴스 댓글을 둘러싼 논란은 커졌다. 인터뷰 영상은 지난달 12일 경기도 광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으로 제작진은 "악플로 고통받는 선수가 더 이상 없길 바라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영상을 올린다"고 소개했다.

고유민은 당시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 '네가 배구 선수냐' '내가 발로 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그런 악플들을 보면 운동도 하기 싫고, 시합도 나가기 싫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레프트를 14년 동안 했다. 십수년 동안 한 레프트를 하면서도 욕을 먹는데, 왜 내가 노력을 해 보지도 않은 포지션을 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리베로가 아닌데 왜 이렇게 욕을 하는 거지?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가줄 수 있는 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유승민·배구협회도 "스포츠뉴스 댓글 금지하자" 제안

이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는 유승민(38) 대한탁구협회장은 지난 3일 "(포털에서) 연예 뉴스의 댓글 금지와 같이 스포츠 선수들과 스포츠 뉴스에서 댓글 금지법을 발의해줄 것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님들께 요청드린다"고 공개 요구하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4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선수들이 받은 악플에 대해 연맹 차원에서 대처하겠다고 했다.

앞서 국내 포털 업체들은 지난해 가수 설리 사망 이후 악플 근절의 일환으로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한 바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다음에서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고, 네이버는 지난 3월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트도 지난달 연예 댓글란을 폐지했다.

고 고유민 배구선수.


◇다음은 네이버 공식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네이버 스포츠 담당자입니다.

2007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스포츠는 크고 작은 여러 경기 및 선수들의 소식을 전하며, 이용자 여러분의 호응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에는, 각종 소식을 전하는 뉴스마다 이용자 여러분들이 직접 작성한 댓글이 많게는 수 만 개씩 등록되며, 기쁨과 아쉬움을 나누는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네이버도 이런 소통의 공간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려 여러 노력을 해왔습니다. 2013년 좋은 댓글 작성자에게 포인트를 부여하는 을 도입, 우수 댓글 양산에 힘을 쏟았고, 작년에는 네이버 서비스 중에서도 최초로 AI클린봇을 적용해 악성 댓글 차단에 매진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일부 선수들을 표적으로 명예를 훼손하고 비하하는 댓글은 꾸준히 생성됐고, 저희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며, 사전/사후적으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뉴스'에서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자 합니다.

이달 중 스포츠뉴스의 댓글을 우선 중단하고, 그 외 동영상 등 영역 별 별도의 조치를 준비해 추후 안내 드리겠습니다. 실시간으로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포츠 경기 생중계의 은 현재와 같이 유지할 예정이며, 욕설 등 악의적인 내용을 걸러낼 수 있도록 AI클린봇2.0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스포츠 외에 다양한 영상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에도 AI클린봇2.0을 도입하고 채널 운영자에게는 댓글 영역 ON/OFF 설정 권한을 부여하려 합니다.

네이버는 현재 스포츠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추가 개발 중입니다. 댓글이 중단되는 동안 이를 고도화하고, 그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겠습니다.

그동안 스포츠뉴스 댓글을 아껴주신 이용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