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기자가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뉴스메이커들이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그들이 입을 열면 기자들이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아스팔트 위에 소나기 내리는 듯 하다. 1초라도 남들보다 먼저 1보를 송고하면 특종상을 타기도 한다. 이 뉴스메이커를 꼽으면 대체로 ①대통령 ②경제부총리 ③청와대 정책실장(혹은 경제 수석) ④한국은행 총재 ⑤금융위원회 위원장 순이다.

그 다음 순위는 기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들 수 있다. 경제부총리의 정책 결정을 뒷받침하는 브레인(두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선 다섯 명과 달리 KDI 원장은 일반적으로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 대신 KDI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거시경제전망 발표는 KDI 경제전망실장이 한다. 그는 한국 경제의 동향을 분석하고 방향을 전망하며 정책 대안을 직접 제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뉴스메이커이다.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1년,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2019년 두 차례에 걸쳐서 이 일을 담당했다. ‘코로나 19’ 사태와 부동산 광풍으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혼돈에 빠져 있는 이 시점에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현직에서 벗어나 다소 자유로운 입장일 것이라고 생각해 지난 4일 세종 시 KDI 연구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그가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날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국회가 부동산 세금 인상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켜 자연스레 부동산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부동산 세금 정책의 한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공급 대책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정부가 일찍부터 주택 공급을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안 나기 때문이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세금 인상 같은 수요 억제책으로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좋은 아파트를 많이 공급해줘야 한다. 생활 수준이 높아진 만큼 좀 더 나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기 보다는 코로나 사태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돈을 너무 많이 풀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돈이 풀려서 집값이 오른다면 전국 집값이 동시에 올라야 한다. 그런데 서울 집값만 오르고 지방 집값은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러면 왜 서울 집값만 오르는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서울에 살만한 집이 희귀하기 때문이다. 일부 투기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집 값을 지금처럼 끌어올릴 수는 없다. 결국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그런 집이 부족한 것이다.

각 지역의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서울 지역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서울에서 광고나 드라마에 나오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런 편의시설을 갖춘 주택이 서울에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세금 폭탄 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여러 가지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계속 세금을 올릴 경우 지금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내놓을까?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그 집이 젊은 사람들에게 갈까? 초고밀도 아파트를 짓던지 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 사실 박근혜 정부부터 이 공급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주가에 낀 거품은 터진다

―주가도 많이 오르는데 거품 아닌가?

“거품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거품은 터지기 전에는 안 보인다.”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사례가 있나?

“미국의 경우 1968년에 홍콩 독감이 발생해 10만여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실물경기가 나쁜데도 늘어난 유동성(자금) 덕분에 주가가 상승했다. 베트남 전쟁 지원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꾸준히 늘렸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낮추면서 돈 풀기에 나섰다. 하지만 1968년 11월을 기점으로 주가가 급락해 1년간 빠졌다. 1971년쯤에 주가가 다시 오르면서 회복되는가 했더니 제 1차 오일쇼크가 오면서 가라앉고 말았다. 유동성 거품은 항상 꺼지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누군가 이런 위험을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로 돈을 많이 풀었다. 돈이 풀리면 물가가 올라야 하는데 부동산과 주가를 빼고는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돈이 풀리면 당연히 물가가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물가가 안 오르는 이유는 실물 경제의 선순환에 돈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정부의 규제나 노동시장 경직성, 제품 판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정부가 뚫어주면서 코로나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생산활동을 격려하고 부양해줘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이런 곳에 역량을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구조개혁 기회

―아주 중요한 시기에 부동산 대책에 시간을 너무 많이 끌었다는 뜻인가?
"지금 코로나 사태로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얼마나 많은지 보라. 예전에도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는 한국 경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삼아 경제 시스템과 산업 구조를 바꾸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세가지 점에 주의해 봐야 한다. 첫째,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2017년에 한국 경제가 3.2% 성장을 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빚은 ‘반도체 착시’이다. 반도체 가격이 오른 효과를 걷어내면 성장률은 2% 중반 정도 밖에 안 된다. 한국 기업들은 한두 개 회사만 빼고 나면 실적이 처참하다. 지금 경제 성장률과 금융시장 지표만 보면 한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에 잘 대응했다고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반도체 때문에 성장률 착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실물경제와 금융 시장간에 괴리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쏠려 있다. 그러나 자동차나 조선 산업 같은 제조업들은 수요가 아주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이렇게 오르는 것이 맞나? 월스트리트(금융시장)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기)의 격차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제거해야 하는지가 정책 당국자의 가장 큰 현안이다. 그렇다고 지금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없지 않나? 올리면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자금난이 더욱 악화된다. 그러니 푼 돈이 잘 돌도록 해야 하는데 돈이 돌지 않으니 문제다. 정책 당국자들이 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셋째, 더 이상 돈이 순환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구두(발언)로라도 출구 전략을 신중하게 시사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거품 붕괴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실물과 금융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하나?

“줄이지는 않더라도 재정의 확장적 지출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고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화와 재정 확장 정책을 계속 쓰면 부작용 때문에 나중에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지금 확장 정책의 부작용 때문에 서울 집값이 올랐다면, 거품이 꺼질 때에는 지방 집 값부터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오히려 서울 집 값은 안 빠질 가능성이 있다. 정책 의도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조선과 자동차의 경우에도 실적이 나쁘면 그 동안 쌓인 거품이 빠져야 하는데 이런 확장 정책 때문에 거품이 빠지지 않고 있다. 이런 버티기가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돈을 푸는 확장 정책의 강도가 너무 센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실물 경제로 돈 돌게 해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산업 현장을 보자.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들은 모두 중국에 밀려 경쟁력이 저하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면서 그 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됐던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지고 있다. 경쟁력 있는 산업 부문이나 기업을 키워내지 못하면 한국이 국제 경쟁 무대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러니 무조건 돈 풀기 보다는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들에도 돈이 흘러갈 수 있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규제 개혁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또 노동시장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산업이나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난 4월 코로나 사태로 수출이 거의 중단된 현대자동차 수출 부두.

노동시장 유연성이란 기업들이 고용과 해고를 보다 쉽게 함으로써 기업 활동을 촉진,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더 늘리는 시스템을 말한다. 민주화가 된 김영삼 정부 때부터 노동 개혁은 노조의 반발이 심해 정부가 다루기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주로 경제 위기나 정권 초기, 여대 야소일 때 노사정 합의 등으로 노동 개혁이 이뤄졌다.

―현 정부의 지지 기반이 노조인데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

―코로나 사태 때문에 전세계 경제가 다 위축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들어갈 자리가 있나?

“세계 각국의 성장률이 둔화되어도 기본 수요는 있다. 그 기본 수요를 어느 나라가 먹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와 기업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이다.”

코로나 경제 충격, 천천히 다가올 것

김 교수는 국제금융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 경제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한가?

“그렇다고 봐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집계한 주요 국가의 지난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보면 중국이 1분기보다 11.5% 성장해 1위였고, 한국이 -3.3%로 2위이다. 미국(-9.5%), 독일(-10.1%), 프랑스(-13.8%)보다 상황이 훨씬 낫다. 그래서 정부는 “한국 경제가 피해를 다른 나라의 20~30% 수준으로 최소화했다. 선방했다”고 말한다.

“선방했다는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에 있어서 그렇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은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대외 환경이 나쁘기 때문에 충격이 서서히 다가온다. 대비 않고 있다가 끓는 냄비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중국, 유럽의 경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미국과 유럽은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아주 나빴다. 그래서 3분기 이후에는 바닥 효과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겠지만 그렇다고 경제가 좋아진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중국이 2분기에 괜찮은 성적을 냈다. 근로자들이 작업장에 복귀하면서 생산이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된 물건이 제대로 팔리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엉망인데 중국 수출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생산된 물건이 창고에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GDP(국내총생산) 통계는 생산 기준이므로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11.5%)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소비되고 있는지는 별 문제이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리 기업의 수출과 고용이 줄고 근로자들의 임금도 깎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규제 개혁도 빨리 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출이다. 지금 반도체 산업 덕택에 그래도 견디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다른 산업은 잘 안되고 있다.”

달러 많이 풀려 금이 투자처로 각광

―미국이 코로나 사태 이후 엄청난 양의 달러를 풀었다. 이렇게 돈을 많이 풀면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서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까?

“예전보다 많이 약화되겠지만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없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주도적 위치는 유지될 것이다. 다만 달러의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에 투자할 수 있다. 은 값이 그 동안 안 오르다가 최근에 많이 오르고 있는데, 그렇다고 금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달러 보유가 부담이 되면 금을 사라고 이야기하는 정도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인터넷 생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지불 결제도 현금 보다는 인터넷으로 하는 사례가 늘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준비중인 데, 위안화의 위력이 빠르게 확대되지 않을까?

“디지털 화폐는 혁신적인 거래 수단일 뿐이다. 거래 기술에서 우위를 구현하는 정도이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코로나 사태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상황이 바뀔까?

“마이클 필스버리가 쓴 ‘100년의 마라톤’이라는 책을 보면 미국 사람은 중국인이 미국 사람처럼 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나름대로 100년의 계획을 갖고 미국을 이용하고 넘어서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해 중국을 계속 압박하는 미국인 부류에 속한다. 그의 전임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보호무역 정책을 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미·중 격돌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김 교수는 경제정책 브레인을 오래 해 쌓인 경륜 덕택에 인터뷰 내내 다양한 경제현안에 대해 막힘 없이 술술 의견을 털어놨다. 의미 있는 이야기가 많아 긴 글을 여기에 모두 적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 비구름이 끼어 사방이 회색이고 빗방울이 간간히 옷을 적셨다. 한국경제에 낀 먹구름은 언제 걷히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