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뇌피셜’이 넘쳐 죄송합니다!

어젯밤 11시 조금 넘어 시작된 갤럭시 신제품 발표회 ‘갤럭시 언팩 2020’을 보고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삼성전자의 독자 소프트웨어(OS) 생태계는 끝났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이 제일 잘하는) 클라우드+IoT(사물인터넷) 플랫폼에 올라탄 뒤, 그 위에서 소비자가 어떤 삼성 제품을 사용하든 편하고 매끄럽게 즐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적으로) 제품 생태계를 완비하는 전략에 올인하는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것이 꼭 부정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기업 전략이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무엇이 옳은지 저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삼성의 성장전략, 특히 ‘2030 비메모리 반도체 1등 전략’과 연결해 삼성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관심인 소비자의 한 명으로 느낀 생각일 뿐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두가지 방향이 명확하다면, 이후 삼성의 비메모리 1등 전략이 과연 어떤 식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까지 관심이 이어집니다. 특히 저는 자동차의 IT화 흐름에서 삼성이 관련 시장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이 있으므로, 이번 제품 발표회가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갤럭시 언팩 2020'에서 갤럭시 Z 폴드2가 발표되고 있다.

두 가지 생각중 소프트웨어(OS) 얘기를 먼저 꺼내긴 했지만, 우선 제품 발표회의 내용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5일 밤 11시 조금 넘어 시작된 신제품 발표회는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 한 번씩 미국에서 미디어와 협력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모바일 관련 신제품 발표회를 열어 왔습니다.

신제품들의 매력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역시 삼성’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갤럭시 노트20’, 폴더블폰 ‘갤럭시 Z폴드2’,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라이브’,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3’, 태블릿 ‘갤럭시 탭S7’ 등 무려 5가지나 되는 신제품을 냈습니다. 5가지 모바일 제품이 매끄럽게 연동돼 움직일 수 있어서, 삼성 제품만으로도 일과 놀이, 휴식으로 연결되는 소비자의 삶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5개 각각의 모델들이 전부 따로 발표회를 해도 될만큼 성능과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세계에서 이만큼 새로 정제된 모바일 디바이스군(群)을 쏟아낼 수 있는 회사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애플 정도 빼고는 아직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5가지 제품 쏟아낸 삼성… 무선이어폰 ‘버즈 라이브’ 매력 돋보여

저는 5가지 모델 전부 좋아보였지만, 특히 이 가운데 가장 작고 저렴한 제품인 ‘갤럭시 버즈 라이브’에 눈길이 갔습니다. 삼성 최초로 액티브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완전 무선이어폰입니다. 당장 발매된다 하니 무척 갖고 싶어졌습니다. 12 mm드라이버와 저음 덕트를 조합해 깊고 풍부한 사운드로 몰입감을 높인 오디오 체험도 즐길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기존 버즈 플러스보다 더 작고요. 귀 안쪽에 쏙 들어가는 콩 모양입니다. 핸즈프리 조작 기능도 들어가고, 최신 갤럭시 디바이스와 연결하면 무선 마이크로도 쓸 수 있다는군요. 또 나와 친구가 각각 버즈 라이브를 끼고 있으면, 한 대의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네, 명백히 이 분야는 애플과의 경쟁 혹은 삼성이 애플을 추격하는 상황이긴 하지요. 하지만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점점 더 매력적이고 멋진 물건들이 나와주는 것에 대해, 삼성에 고마움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갤럭시 언팩 2020'에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라이브'가 소개되고 있다.

잠시 쓸데 없는 얘기 하자면, 저는 갤럭시 S10에 버즈 플러스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정말 잘 샀다고 생각하는 물건 1위입니다. 제 생애 첫 무선이어폰인데, 다시는 유선으로 못돌아갈 것 같습니다. 저는 음질도 꽤 따지는 편인데, 이어폰치고는 고음도 꽤 살아있어 좋습니다. 버즈 라이브는 일단 최근 대세인 액티브노이즈캔슬링 즉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기능이 탑재돼 더더욱 구매욕이 발동합니다. 삼성 설명에 따르면, 음을 풍성하게 울려주는데 취약한 이어폰의 단점을 버즈 라이브는 꽤 보완했다는군요. 어느 정도인지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버즈 플러스를 어떻게 할지 고민은 되지만 말입니다.

네, 이번 발표회를 통해 삼성의 제품력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그럼 처음에 얘기했던 두가지 가운데 첫번째, ‘삼성전자의 독자 OS 생태계 구상은 정말 끝난 것인가, 다른 클라우드+IoT(사물인터넷) 플랫폼에 올라탄 뒤, 그 위에서 소비자가 어떤 삼성 제품을 사용하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는건가’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발표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갤럭시 노트 20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흥미는 제품 자체나 가격에 있지 않았습니다. 스펙은 삼성이 정말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999달러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못받아들일건 아닙니다. 놀라웠던 것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MS의 게임기 엑스박스의 100개 타이틀을 삼성 스마트폰 전용으로 공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발매한다니 곧 체험해볼 수 있겠습니다.

삼성전자의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이 '갤럭시 언팩 2020'에서 발표하는 모습.

스마트폰 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은 발표회에서 “노트20은 컴퓨터와 같은 생산성과 게임 전용기와 같은 고성능을 겸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높은 연산 처리 능력과 고속 통신규격인 ‘5 G’를 통해 엑스박스 게임도 지연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 이야기의 방점은 노트20의 생산성과 게임 전용기 능력을 지원하는 것이 바로 MS라는데 찍혀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일단 삼성전자 입장에서 살펴보죠. 삼성전자는 연간 3억대 정도의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미국 조사회사 IDC에 의하면, 삼성은 올해 2분기(4~6월)에 처음으로 중국 화웨이에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세계 선두를 내줬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4% 축소됐는데요.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세계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9% 줄어든 5420만대에 그쳤습니다. 산업 수요보다 삼성 폰의 판매가 더 줄어들었다는 것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삼성의 주력상품인 스마트폰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삼성 스마트폰의 위기는 수익성이 높은 기함 모델의 판매가 예상만큼 안되고 있다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MS의 엑스박스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삼성의 기함 모델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려보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는 거겠지요.

◇삼성, 노트20과 MS 엑스박스 게임 협력으로 고성능 제품 판매 신장 노려

삼성으로선 중국이라는 초거대시장을 잡고 있는 화웨이, 점차 보급모델 시장에서까지 점유율을 늘려가는 애플에 맞서 스마트폰 1위를 탈환하고 이를 지켜야 할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엑스박스 게임도 매끄럽게 돌아가는 높은 단말 성능을 가진 기함 모델을 투입하고, 또 MS 등 외부 제휴로 제품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 방식으로 올 3분기 선두 탈환을 노리겠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자체 OS 생태계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MS의 OS 생태계에 올라타겠다는 자세를 노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상대가 MS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삼성이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올라탐으로써 그 생태계 안에서 최고의 제품을 제공해 살아남고 성장한 것처럼, 앞으로도 이전의 성공 공식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삼성은 바다나 타이젠 같은 독자 모바일 OS를 보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고, 또 최근에는 AI 빅스비 같은 것에도 공을 들여왔지요. 즉 삼성이 가진 강력한 디바이스 장악력을 무기로 구글·애플·아마존에 맞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생태계를 만들어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해 왔던 겁니다.
삼성은 게임을 통한 생태계 자립에도 무척 공을 들였습니다. 2018년 말 삼성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컨퍼런스(SDC) 2018'에서 게임 콘텐츠 강화를 천명했었습니다. 즉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 삼성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자극한다' '게임 개발사들을 삼성 생태계로 끌어들여 공생 모델을 만든다' '신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확대해 인공지능(AI), VR, 블록체인 등으로 연결해 수익 모델을 만든다'는 등의 대단한 전략이었지요. 작년에는 자체적인 스트리밍게임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이번 발표회 내용으로 추측해보건대, 삼성이 자체 게임 생태계 대신 엑스박스의 게임 생태계의 일부를 담당하는 단말기 역할을 자임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일까요?

'갤럭시 언팩 2020'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갤럭시 팬들의 모습.

이 뿐만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IoT 만능 플랫폼인 아틱(ARTIK)도 꽤 오랫동안 개발해 왔습니다.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메모리, 통신, 센서 등으로 구성된 초소형 IoT 모듈로, 소프트웨어·드라이버, 스토리지, 보안솔루션, 개발보드, 클라우드 기능이 하나의 모듈에 집적된 플랫폼인데요. 개발자들이 아틱을 활용하면 빠르고 손쉽게 IoT 기기를 제품화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릴 IoT 분야에서 아틱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었는데요. 현재는 이 사업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삼성이 그동안 전세계에 깔아놓은 자사 디바이스와 게임, AI, IoT를 연결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려 했던 것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죠. 결국 이번 발표회를 통해 이런 생태계 구성을 사실상 포기했음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삼성, 자사 소프트웨어 생태계 포기하고 흥하는 다른 생태계 올라타는 전략?

MS는 아시다시피 클라우드서비스로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엑스박스의 전략은 콘솔 즉 특정 게임기가 있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엑스박스 게임을 누구든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은 오랜 경쟁자였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상대로 하는게 아니라, 구글·아마존 등 클라우드와 IoT 플랫폼의 통합 서비스로 세상을 제패하려는 회사들과 겨루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삼성 스마트폰에서 엑스박스 게임을 편하고 자유롭게 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MS 클라우드·IoT 전략의 큰 그림에서, 이들의 사용자를 넓히는 출구로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삼성이 고성능 게임을 돌릴 수 있는 고급 스마트폰을 더 많이 팔 수 있다면 삼성의 매출과 마진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자면, 삼성의 스마트폰과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엑스박스 게임을 많은 사람이 즐기게 되고, 또 MS의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삼성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편하게 즐기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결국 MS가 꿈꾸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삼성 제품이 조력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런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한번 저변이 넓어지고 소비자 체험이 강화되면, 디바이스는 무엇을 쓰든 상관 없게 되겠지요.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어떤 폰을 쓰든 상관이 없든 말입니다. MS의 생태계가 더욱 대단한 것은 이것이 게임기나 스마트폰 차원을 넘어 자사의 강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탕으로 IoT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삼성이 발표회에서 강조한 ‘스마트폰부터 웨어러블 기기까지 일상을 연결하는 갤럭시 생태계’라는 것은 물론 그 나름으로 의미가 큰 것이지만, 이 생태계라는 것은 결국 MS나 다른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연결되는 오로지 하드웨어에 국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략적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아무리 삼성이라도 모든걸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갈고 닦는 것이 전략의 기본 중 하나이니까요. 다만 모바일 디바이스, 혹은 IoT 전반에 관한 삼성의 전략이 정말 이러한 것이라면, 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즉 2030년 비메모리 1등 전략과 연결된 자동차 전장 분야의 대규모 사업 전략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쏟아집니다.

◇자동차 전장에서도 독자 칩 전략 대신 파운드리 강화에 나서나

저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두뇌인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삼성이 자체 개발해온 것에 더해, 이 분야를 삼성이 자동차·IoT 쪽으로 크게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해 비모메리 1등을 달성하려 하는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갈수록 확신이 잘 서지 않습니다. 일단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인 엑시노스가 최신작인 노트20에서 빠지고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으로 대부분 대체된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분석할 능력이 제겐 없지만, 일단 삼성이 그 오랜 AP 독자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최신 폰에서 엑시노스 탑재를 포기하고 퀄컴 제품으로 돌아섰다는게 찜찜합니다.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앞으로의 길이 점점 험난해지는 것 아닐까 우려도 됩니다.

이것과 연결될지는 모르지만, IoT 분야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아틱 플랫폼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채 종료되고 말았고요. 전장 분야에서는 자동차 콕핏모듈에 들어가는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용의 AP인 엑시노스 오토V는 나름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앞으로 이보다 더 중요해질 주행보조시스템용(향후 자율주행까지 염두엔 둔) AP인 엑시노스 오토A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만약 삼성이 이번 발표회에서 보여줬듯이 하드웨어적인 제품력에 올인하고,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누가 흥하든, 흥하는 쪽에 확실하게 올라탄다는 전략을 반도체 분야에도 적용한다면 말입니다. 역시 비메모리에서도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역량을 더 철저히 강화해 어떤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가 흥하든, 어떤 자율주행이나 IoT 생태계가 흥하든 간에, 거기에 필요한 메모리, 이미지센서, 반도체위탁생산 등을 종합 지원하는 톱메이커가 되는데 집중해 살아남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