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에서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소유주는 "어제 대책 보니까 '역시 이번 정부에선 재건축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8·4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일대일 재건축'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에 한해 용적률 최대 500% 등 인센티브를 주지만, 개발 이익의 최대 90%까지를 환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치동 대치미도, 압구정 현대3구역 등 강남권 일부 단지가 일대일 재건축으로 고급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 인센티브로 용적률을 늘려 소형·임대주택을 넣느니 차라리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와 똑같은 가구 수로 새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전체 가구 수를 늘리고, 조합원 몫을 뺀 나머지 가구를 일반(비조합원)에 분양한다. 일반 분양에서 거두는 수익을 나눔으로써 조합원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반 분양을 하지 않는 일대일 재건축은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옛 청실아파트를 일대일 재건축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가 3.3㎡당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면서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는 분위기다. 압구정 현대3구역은 올해 안에 일대일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주민 동의를 받고 있는데, 최근 동의율이 65%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일 재건축 단지인 삼성동 홍실아파트는 지난 7월부터 이주가 시작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고급 주택 수요가 풍부한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을 내놓더라도 일대일 재건축으로 호화롭게 지으면 나중에 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분양이 없는 일대일 재건축이 활성화하면 강남권에서 공급 주택을 늘리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김광석 리얼모빌리티 대표는 "주택 청약으로 강남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막히고, 희소성 때문에 아파트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