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슨 마차도를 빼고 2020 롯데 자이언츠를 논할 수 없다.

요즘 롯데 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마차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롯데가 2일 KIA를 8대0으로 잡고 5할 승률에 복귀했다. ‘8월 대반격’을 공언한 허문회 감독의 말대로 일단 1·2일 2연승을 거뒀다. 그리고 팀이 잘하나 못하나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28·베네수엘라)의 활약은 이날도 이어졌다.

두 팀이 0-0으로 맞선 3회초 2사 2루에서 이창진이 플라이 볼을 쳤다. 타구는 유격수와 좌익수, 중견수 사이의 누구도 손쓰기 어려운 ‘버뮤다 삼각지대’로 떨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수비의 달인’ 마차도는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뒤로 돌아선 채 안전하게 공을 잡아냈다.

2사 이후라 주자가 먼저 스타트를 끊기 때문에 이 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졌다면, KIA는 쉽게 선취점을 얻을 수 있었다.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낸 롯데 선발 투수 노경은이 글러브를 손으로 치며 기뻐했다. 노경은은 그 기세를 몰아 이날 7이닝 무실점의 올 시즌 최고 피칭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성민규 롯데 단장이 내야 수비 강화를 위해 영입한 마차도는 그 기대대로 철벽 수비를 과시하고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평균 대비 수비 기여도(WAAwithADJ)에서 마차도는 1.293으로 KBO리그 전체 선수 중 1위를 달린다. 참고로 지난 시즌 롯데 유격수 중엔 WAAwithADJ 유격수 순위에서 20위 안에 드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118경기에 유격수로 나선 신본기의 평균 대비 수비 기여도는 -0.468(실책 14개)이었다.

마차도는 실책이 단 3개로, 유격수 수비율(0.991)은 NC 노진혁(0.992, 실책 2개)에 이어 2위다. 다만 마차도는 노진혁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603이닝에 출전하며 KBO리그 유격수 중 유일하게 600이닝을 넘게 뛰었다. 노진혁은 유격수로 471.1이닝을 뛰었다.

올 시즌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은 마차도는 이미 여러 차례 호수비로 많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남겼다. 팬들은 “마차도가 수비로 구한 게임이 몇 경기는 될 것”이라 말한다.

마차도 영입 효과로 롯데는 현재 10개 구단 중 실책(35개)이 가장 적은 팀이 됐다. 작년만 해도 롯데는 114개로 실책 1위 팀이었다.

롯데 팬들은 수비만으로도 몸값을 충분히 하는 마차도가 타격까지 잘하니 예쁠 수밖에 없다. 마차도의 올 시즌 타율은 0.295. 어느새 3할을 눈앞에 두고 있다. 6홈런에 타점도 43개나 된다. 팀 내에서 타점 2위, 타율은 3위다. OPS도 4위에 올라 있다.

마차도의 방망이는 2일 KIA전에서도 불을 뿜었다. 3-0으로 앞선 5회말 1사 1·2루에서 2루타로 이대호를 편안하게 홈으로 불러들이며 KIA 선발 가뇽을 강판시켰다. 마차도는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이제 여권을 뺏어야 한다는 말은 진부해졌다. 마차도는 롯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무엇보다 올 시즌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70경기에 개근한 것이 놀랍다.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신경 쓰면서도 핵심 전력인 마차도는 쉽게 빼지 못하고 있다. 롯데 팬들은 그저 마차도가 고마울 뿐이다. 롯데가 꿈꾸는 ‘8월 대반격’의 중심에 마차도가 있다.

마차도의 백넘버 6번을 직접 골랐다는 아들 디아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