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을 100% 자기 자본으로 하는 세입자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은행대출 낀 전세입니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거나 은행에게 이자 내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이지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에 쓴 내용이다. ‘전세와 월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이 글을 두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시중 금리가 낮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때 내야 하는 이자가 월세를 내는 것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전세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아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으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세입자에겐 장점이다.
◇전세가 월세보다 약 40% 저렴
현재 기준금리를 토대로 정부가 정한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4%다. 5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2억원짜리 월세로 전환하면 1년에 1200만원, 한 달 기준 100만원 정도를 월세로 내야 한다. 반면 현금 2억원에 나머지 3억원을 시중은행에서 대출(금리 2.5% 기준)받아 전세로 산다면 주거비는 1년에 750만원, 한 달 62만5000원에 그친다. 전세가 약 40% 정도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적은 셈이다.
전세금 3억원 역시 모두 세입자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낼 수 있다면, 세입자 부담은 3억원에 대한 은행 예금(금리 1.0% 기준) 이자인 1년 300만원 정도에 그친다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 돈암동 H아파트 전용면적 60㎡는 지난 22일 보증금 8000만원, 월세 70만원에 보증부 월세로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3일 뒤 동일한 평수가 2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전세로 계약한 세입자는 차액 1억9000만원을 모두 은행에서 대출(금리 2.5% 기준) 받아도 한달에 4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반면 보증부 월세 세입자는 월 70만원을 집주인에게 줘야 한다. 비슷한 조건의 집인데도 두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한달 30만원, 1년이면 360만원 차이 나는 셈이다.
◇“월세→전세는 주거 상향 이동”
윤 의원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 방법”이라고 했지만, 이도 사실과 다르다. 현재 정부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세대주, 청년 중소기업 근로자 등에게 이율 1~2%대 저리(低利) 전세자금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서민층일수록 전세가 월세보다 부담이 적은 것이다.
정부 입장도 지금까지 전세가 안정적인 임대차 제도로 판단해 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월세에서 전세로의 이동을 ‘주거 상향 이동’으로 표현했다. 월세보다 전세가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전세 가구와 월세 가구 모두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으로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꼽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임차 가구 중 전세 가구는 39.7%로, 세입자 10명 중 4명은 전세로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뿐 아니라 임대차 제도나 보유세 증가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半)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