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측과 서울중앙지검 양측 주장을 토대로 29일 압수수색 상황을 재구성해 그린 것.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29일 압수 수색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공기계로 접속한 뒤, 메신저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카카오톡에 접속한 정황이 31일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증거 채증 방식이 감청(監聽)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수사팀은 경기 용인에 있는 법무연수원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장인 정진웅 형사1부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폭행에 가까운 물리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수사팀은 이렇게 확보한 유심을 2시간 30분가량 복구 등 작업한 뒤, 당일 오후 4시쯤 법무연수원 직원에게 유심을 전달했고 한 검사장은 이튿날 이 유심을 돌려받았다.

문제는 압수 수색 후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가장(假裝)해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그의 카카오톡에 접속해 내용을 살펴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청구한 압수 수색 영장에는 유심을 이용한 우회 접속 목적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애초 한 검사장의 텔레그램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 했지만 접속에 성공하지 못하자, 카카오톡 로그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심칩을 다른 공기계에 끼운 뒤 카카오톡에 로그인하기 위해선 본인 인증을 새로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인증을 거쳐 새로운 비밀번호를 발급받아 카카오톡에 로그인하면, 기존 휴대전화에서 사용 중인 카카오톡은 로그아웃되고, 기존에 오갔던 내용을 사용자가 백업 저장 설정을 해놓았을 경우 새롭게 로그인한 기계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검찰이 새 비번으로 접속한 뒤 로그인 했다면 한 검사장에 오는 카톡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의미도 된다. 이는 사실상 감청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유심을 공기계에 꽂아서 인증번호를 받는 순간 불법 감청”이라며 “만약 이같은 방식으로 인증번호를 받으려면 감청영장을 미리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감청영장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감청은 대상 범죄가 중대 범죄로 한정 돼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이 받는 강요 미수 혐의는 해당 대상이 아니다.

검찰이 한 검사장을 가장해 본인 인증을 받고 비밀번호를 바꾼 것은 카카오톡을 속인 것이 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검찰이 무리하게 위법한 기망(欺罔) 수사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한 검사장의 윗선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 보고를 받거나 개입한 흔적을 찾으려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일전에도 유심을 받아 공기계에 접속해 인증코드를 받고 메신저 대화 내용을 받아 본 수사 사례는 있었다. 지난해 7월 수원지검은 1000억원대 도박사이트 운영진 일당을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 당시 검찰은 휴대전화를 통한 모바일 메신저로 주로 쓰이는 텔레그램을 PC버전으로 접속할 때, 과거 주고 받았던 대화 내용을 컴퓨터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증코드를 받은 후, 대화 내용을 받아 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실시간이나 향후 통신내역을 봤으면 감청이 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유심 카드 압수한 2시간30분 동안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자료만 특정해서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