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표면의 돌기(스파이크)를 인체 세포에 결합시켜 침투한 다음 유전물질인 RNA를 복제한다.

재독(在獨) 한국인 과학자가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복제를 억제하는 동시에 인체 면역기능도 회복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치료법을 찾아냈다.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 연구소의 신동혁(31) 연구원과 이반 디키치 교수 연구진은 29일 (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에 관여하는 효소 단백질을 차단하는 화합물이 바이러스의 생장을 억제하는 동시에 세포의 항(抗)바이러스 면역력도 회복시킨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결합하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차단하거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안에서 유전물질인 RNA를 복제하는 과정을 막는 데 집중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항체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인체 감염을 차단하며, 미국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했던 렘데시비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RNA를 복제하는 효소를 막는다.

연구진은 대신 바이러스 증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른바 ‘단백질 가위’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필수적인 단백질을 생산하면 단백질 가위가 여러 조각으로 쪼개야 비로소 기능을 갖는다. 마치 프라모델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서 부품 하나하나를 가위로 잘라낸 후 조립하는 것과 비슷하다.

◇바이러스 복제 차단하고 면역력 회복

신 박사팀은 단백질 가위 중 ‘파파인 프로테아제(PLpro)’에 주목했다. 이 효소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생장과 함께, 세포의 면역관련 단백질 중 하나인 ISG15과 결합해 그 기능도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파파인 프로테아제 저해제의 작용 과정. 화합물이 프로테아제에 결합하면 RNA 복제가 차단되며 동시에 면역단백질인 ISG15가 풀려나 면역력이 회복된다.

연구진은 단백질 결정의 3차원 구조를 X선으로 분석해 앞서 사스(SARS·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파파인 프로테아제를 막는 데 썼던 화합물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화합물이 파파인 프로테아제에 결합하면 면역단백질 ISG15이 자유롭게 풀려나 인체 면역기능도 회복된다.

신동혁 박사는 “에이즈 치료에서 보듯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2가지 이상의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을 쓴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하나의 약물로 두 가지 치료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 박사는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17년부터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오른쪽부터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이안 신동혁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 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디아나 그뤠베 연구원, 루크미니 무크헐지 박사후연구원, 안슈 바차타리야 박사과정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