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 고위 외교관 A씨에 대해 현지 매체들이 “A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은 어려울 것”이라고 29일 보도했다. A씨는 “나보다 힘이 센 백인 남자를 어떻게 성추행할 수 있겠느냐”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외교관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뉴스허브 보도 장면.

◇현지 언론 “외교관 A씨 범죄인 인도 어려울 것”

뉴질랜드 온라인 매체 스터프(Stuff)는 이날 “뉴질랜드 외교부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가 A씨 사건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최근 논의된 의제에서는 빠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뉴질랜드 경찰이 이미 고소인에게 ‘A씨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송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고 A씨가 뉴질랜드로 들어오지 않는 한 수사에도 진척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을 때도 이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는 공식적 기록은 없다고도 했다.

성추행 혐의 받는 한국 고위 외교관 A씨의 모습.
뉴질랜드 방송 '뉴스 허브'가 성범죄 혐의를 받는 한국 외교관 A씨(사진 오른쪽)에 대해 보도하는 장면.

이 같은 보도는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A씨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이후 나왔다. 청와대 측은 통화 사실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말미에 뉴질랜드 총리가 자국 언론에 보도된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다”며 “문 대통령은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답한 게 전부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던 총리가 A씨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사건 수사에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스터프는 “아던 총리는 ‘A씨 인도 요청 문제는 경찰이 처리할 사안이며 뉴질랜드 정부는 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것이 역할’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혀왔다”며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 보도했다.

A씨는 2017년 말 뉴질랜드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 직원의 엉덩이 등 민감한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가 대사관 측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그 이후에도 대사관 소재 빌딩의 엘리베이터에서 피해자의 사타구니 등을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2018년 초 뉴질랜드를 떠났지만 현지에서 수사는 계속됐고, 뉴질랜드 웰링턴 지방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한국 외교부는 2년 전 귀국한 A씨를 자체 조사해, 감봉 1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린 뒤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

◇A씨 “난 동성애자도, 변태성욕자도 아니다”

이후 A씨 사건이 다시 불거진 건 지난 25일 뉴질랜드 현지 주요 방송들이 A씨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부터다.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A 외교관은 최대 징역 7년형의 성추행 행위를 총 3차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뉴질랜드 법원이 발부한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사건 발생 당시 촬영된 한국 대사관 CC(폐쇄회로)TV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이 A씨의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성범죄 혐의 외교관을 부당하게 비호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 보도해 큰 논란이 됐다.

그러나 외교부는 면책특권을 내세워 뉴질랜드의 수사 협조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현재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동성애자도 성도착증 환자(변태성욕자)도 아니다”라며 “내가 어떻게 나보다 힘이 센 백인 남자를 성추행할 수 있겠느냐”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스터프는 전했다.